차서영(연기예술 20) *희곡은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오증자 역, 2012, 민음사)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극 중 밴드 ‘화성이주반대집회’의 노래는 미미시스터즈의 ‘우리 자연사하자’(2018) 이다. 해당 노래를 모티브로 하여 장면이 창작되었다. *희곡은 안드레이 스나이르 마그나손의「시간과 물에 대하여」(노승용 역, 2020, 북하우스)을 인용하고 있다. 현재 이곳 극장에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극장에서 해수면 상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그것이 잔소리가 되면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 상투적이기 때문이다. 상투적인 교훈은 의식을 마비시키고 도덕을 썩게 만든다. 루초 폰타나는 조각가였다. 평생 쌓고 세워 무엇을 만들던 그가 어느 날 캔버스 앞에 서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날카로운 칼로 화폭을 그었다. 작품가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러자 캔버스는 사람의 움직임이 들어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로 바뀌었다. 화가가 텅 빈 캔버스를 대하며 무엇을 그려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은 마치 암담한 현실을 마주한 우리의 처지를 닮았다.
다음 주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라. 곧 겨울이다. 사람들은 초겨울이면 낙엽이 죄다 떨어져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던데. 날이 추워지면 마음이 오히려 짱짱해진다.11월이면 트는 캐럴처럼, 겨울에는 겨울의 몫이 있다. 반으로 접어 두르는 체크 목도리도, 보들한 니트도, 밖에 나올 때 코를 찡긋거리며 찬 공기 냄새를 맡는 것도, 손을 잡으며 ‘너 손이 왜 이렇게 차니’라고 건네는 말도 모두 겨울의 몫이다. 겨울이 갖고 있는 것들은 꼭 마음에 드는 것만 있어 날이 추워지면 마음이 들떴다. 차가운 공기에 짱짱해져 마음이 잘도 튀어 오른다. 조
19세기 초반 각국 정부가 대학을 사회에서 명민한 구성원들을 양성하는 연구와 교육의 전당으로 탈바꿈시킨 이래, 대학의 연구, 교육 기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동문들이 대학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 연구자와 교육자들의 대담한 활약을 뒷받침하며, 대학당국은 강의평가와 업적평가를 통해 대학교원의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압력을 행사한다. 대학은 전문직업인, 기업인, 관료와 교원을 양성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이 진보함에 따라 때로는 기존 직업의 성격을 현저히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기도 했다. 의사
‘아프간을 떠났다. 우리 9중대는 작전을 완수했다. 그때는 몰랐다. 우리가 지키려던 조국이 사라지고 훈장도 무용지물이 되리란 걸.’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룬 2005년작 러시아 영화 의 끝을 맺는 주인공의 독백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는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소련군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냉전의 후반부였던 1979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내 친소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24일 대규모의 소련군이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을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한 언론사가 주최한 '시민 위안의 밤’ 행사가 열렸다. 가수, 배우, 코미디언 등이 공연을 펼치는 일종의 지역 축제였다. 평소 직접 보기 힘든 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하는 까닭에 3만 명에 달하는 부산 시민들이 행사장에 운집했다.행사가 진행 중이던 밤 8시 15분경 갑자기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밖에 없는 폭 5m의 출입구(정문)로 쇄도하였다. 무대 뒤로부터 정문까지는 약 150m의 내리막 경사길이었는데 조명을 전혀 설치하지 않아 밤이 되면서
인류사에서 ‘밥상’만큼이나 많은 대화가 오간 공간이 있을까? 밥과 테이블, 마주 앉은 두 사람으로 이뤄진 밥상 위 배치는 여러 유형의 장(場)으로 거듭난다. 정보 교환의 장이자 중대사를 논하는 장이고, 관계를 결속하는 장이자 논쟁과 합의를 수행하는 장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언론의 원칙은 여럿 있다. 그 모든 원칙을 한 문장으로 묶는다면 “공동체의 밥상 위로 올라가라”라고 표현하고 싶다. 기자가 쓰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 사람들의 밥상 위로 올라갈 대화여야 한다.이런 원칙으로 비춰 볼 때, 최근 지면에 눈에 띄
어쩌면, 우리는 환상적인현실에 살고 있다.
최근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하락하고 있다. 사실 지난 3년간 전국 부동산은 역대급 호황이었다. 당시 영끌해서 아파트에 청약하여 청약에 당첨된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의 희비는 엇갈렸다. 그런데 이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그 희비가 역전됐다. 폭락한 자산만큼이나 걱정과 염려는 치솟는다. 그리고 시름은 깊어간다.집(陽宅)은 중요하다. 가족들의 삶을 의탁해야 하는 장소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땅과 집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부동산이고 투자이다. 집값이 오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Do It Yourself: DIY! 무엇이든 한번 스스로 해보자는 말입니다.익히 들어봤을 대부분의 밴드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학생, 직장인, 교사, 엔지니어가 악기를 잡고 멋진 곡을 써내어 성공했다는 것이죠! 영화 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던 밴드 ‘퀸’도 대학원생, 교사, 디자이너와 같은 범인(凡人)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입니다. 유명한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 역시 악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노동자 계층의 형제가 주축이 되어 성공한 그룹이고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문화예술 분야 곳곳에서 훔치고, 엿보고, 자기 것으로 주장하고, 심지어 훔치고도 시치미를 떼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릇된 행동에 시치미로 일관하는 것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전략일까?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고질병. 이러한 일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대중들의 비난과 질타는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때로는 비난받는 이들에 대한 동정표가 몰리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훔친 전력’이 지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학자로서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어느 날 나는 ‘자연스럽다’는 말이 새삼스러워졌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친한 언니의 고민을 들으면서.“뭐든 여유롭게 툭 던지는 사람들이 부러워. 일도 인간관계도 별 탈 없이 유연하게 해내더라고. 근데 나는 그러질 못하거든. 이제 좀 자연스러워지고 싶어.” 고민을 털어놓는 언니의 말에 나는 아무런 위로도, 조언도 못했다. 내가 아는 자연스러움은 사진 찍을 때의 ‘그게 뭐야, 자연스럽게 웃어봐’나 삐죽 나온 잔머리를 굳이 정리하지 않는 일 정도였으니까. 그 의미가 풍부해진 건 작은 한지 공방을 다니면서다.인사동 골목을 돌아 한적한 샛길로
대학에서 수학은 왜 배우는 것일까? 대부분의 수학 전공이 아닌 학과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수학의 필요성에 대하여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본교에서는 1학년 때 필수과목으로 미분적분학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까지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어린 시절 수학을 처음 접할 때 수학을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10년 이상 배운 현재 대학생들은 사고력과 창의력이 늘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까?아주 먼 옛날 수학을 모르던 시기에도 사냥과 채집을 통해서 수학을 의지
성균인에게 묻다 - ESKARA ’22 그 이후채민서(글바메 22)학우들의 선호를 고려한 다양한 라인업, 예상치 못한 순간에 즐겼던 불꽃놀이까지. 그동안의 대학 축제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사캠과 자과캠이 각각 서울과 수원으로 나뉘어있어 캠퍼스 간 교류가 물리적으로 힘든데, 이번 ESKARA ’22를 통해 양 캠퍼스의 화합의 장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다. 또한 다양한 공연뿐만 아니라 체육대회나 지성전처럼 알찬 구성이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만 성균인존에 물을 반입하지 못해서 다들 힘들어하고, 중간에 이탈하는
청년은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의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지만 동시에 고용 및 실업 문제와 부채 증가 등 사회 문제로 고통받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에 국가 및 지자체는 취업·창업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들을 돕고 있다. 그 현장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한다.① 서울청년센터 광진 오랑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청년센터 광진 오랑(이하 광진 오랑)’은 △공유라운지 △상담실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 자유로운 청년 공간이다. 광진 오랑의 프로그램 중 ‘ 사회생활편’은 사회생활
이제는 진짜 쉬어야겠다 싶은 순간이 있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끊임없이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고, 의심하고, 고민하게 된다. 결국 놓아주는 것도, 여유를 가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이, 정답을 찾아서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미국에 도착한 지 어느덧 두 달 반,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던 것들에도 익숙해져 간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어색하고, 팁 계산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절대 예정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않는 버스에도 익숙해져 5분씩 늦게 계산하는 것도 익숙하다. 어느 날은 캠퍼스 배수 통
지난달 30일 명륜캠퍼스에선 건학기념제, 에스카라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고있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양 캠퍼스 통합축제여서인지 아니면 볼빨간사춘기, 쌈디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 탓인지 아무튼 명륜동 밤하늘은 몹시 번쩍였고 북악산 봉우리들도 우렁찬 함성에 들썩였다. 교수회관 한쪽에서 그 젊은 에너지를 흡수하다 더 이상 감당이 안돼 축제의 불꽃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갔다.다음날 아침 캠퍼스는 전날 밤 축제의 맹렬함을 보여 주듯 평소보다 더욱 조용하고 깨끗했다. 수선관 4층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그
숙이고 걷는 사람들을 위한 별은암부 되어 나타난다.
대학의 여러 기능 중 핵심은 학생에 대한 교육이다. 교육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육이 단순히 지식과 기술의 전달에 그치지않고 삶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활동이라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여러 해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여 왔다. 여러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한 경험의 장(場)으로서 대학의 변화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