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대를 채운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낯설어지고, 흥겨운 노래인가 싶어 고개를 까딱이다가도 어느 순간 처량함이 밀려온다. 할머니가 부르는 콧노래다. 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두어 시간 남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을 잡고 있을 때, 무심코 손에 힘을 준다. 그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질수록 손에 든 힘도 점점 세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무엇 때문에 손에 힘을 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너무 꽉 쥐었던 손이 ‘아프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놓아버리는
성인영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벌게진다. 머릿속에서만 떠올렸을 뿐인데 괜히 잘못한 것처럼 가슴이 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한다. 성욕은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당연한 생리적 욕구에 포함된다고 배워놓고 생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이런 당신, 대놓고 야해지고 싶지 않은가? 여러분을 위해 소개한다. 바로 &l
너무 피곤한 날. 그래서 너무도 자고 싶던 날. 그렇지만 잠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ㅈㄱㅅㄷ”이라고.1. 자고 싶다.시작은 “자고 싶다”였다. 자고 싶었으니깐. 잠을 못 잤으니깐. 요새 마음 놓고 푹 잔적이 있었나. 잠을 안 자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늘 쫓기는 꿈에 시달리다 깬다. 잠
사막 한복판에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사막만큼이나 메말라 먼지 폴폴 날리는 바그다드 카페가 있었고요. 사고뭉치 남편을 쫓아낸 어느 아침, 가게 안주인 브렌다는 간판 아래 앉아 투박한 눈물을 훔치는 중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남편과 다투고 도로에 버려진 야스민이라는 여자가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총총히 나타났지요. 한 사람은 땀범벅, 나머지 하
■ 생소하게 느껴지는 미술복원사. 무슨 일을 하나아픈 작품을 치료한다.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놓은 흔적인 미술품은 작가가 손을 떼는 순간부터 훼손이 시작된다. 캔버스는 누렇게 변질되고 유화는 금이 간다. 목조는 틈이 생기며 철은 녹이 슨다. 유리의 경우에는 깨지기도 한다. 이렇게 훼손된 작품을 최대한 원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우선 작품의 상태
“자연스럽게”나는 말한다. 대단한 형용사라도 되는 양 늘 입에 달고 산다. 머리를 자를 때나 사진을 찍을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자연스럽게’를 반복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자연스럽고자 노력했고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도 자연스러운 끝을 꿈꿨다. 심지어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도 “뭐, 자연스럽게&r
사거리에서 398걸음, 드디어 도착. “자나깨나 머리 조심” 팻말에 피식, 그러다 쿵. 허리를 굽히고 들어간 반지하. 주인의 마음을 담은 글자들이 “전구들이 인정사정없이 머리에 닿습니다. 환절기 머리 조심하세요”라며 손길 내밀기도 “파손 시 구입”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어느 카페 주인은 생
■ ‘한국예술경영학회’의 설립 목적과 주요업무가 궁금하다문화예술경영학을 체계적으로 정립 및 발전시키고 예술현장에 대한 적용방안을 모색함으로써 한국 문화ㆍ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코자 설립됐다. △한국 문화예술경영의 정체성 △현황과 과제 △한국의 문화예술경영 모델과 문화예술경영학의 패러다임 등의 주제를 가지고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학회지 &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으레 묻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대답하겠죠,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할 겁니다. 그 질서정연한 단계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버리면 우리는 혼란에 빠질 테죠. 어쩌면 관계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 속 반라의 남자는 흰 셔츠만을 입고 오렌지색 매트리스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습니다. 얼핏 멋진 콧수염을 지닌 것도 좋은 풍채를 가진 것도 같아 보이는 그럴싸한 신사는
‘낯선 사람의 관대’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사고로 차가 파손된 기자 앞에 이름조차 모르는 이가 나타나 고급 승용차를 건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 낯선 사람의 관대는 낯선 것이 아니라 예정돼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주인공 트레버의 수업시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마을 밖에서 일어나는 일
주인공 토마스 크라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는 억만장자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삶을 따분하게 만들지요. 그는 단순히 삶의 긴장을 위해 미국 최대의 미술관에 있는 모네의 그림을 훔칩니다. 한편 그림을 되찾기 위해 파견된 보험수사관 캐서린 배닝은 기막힌 상황판단 능력으로 토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즐기면서 모든 일을 해결해 갑니다. 그녀와의 관계로 새로운 긴장을 얻은 그는 그림을 돌려주고 그간 벌였던 게임의 파트너였던 그녀와 즐거운 도피생활을 하게 됩니다.영화 속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