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교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유서 깊은 혜화동 천주교 성당이 있다. 그 성당 앞에서 매주 1000여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모이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은 13년 전 혜화동 성당에 필리핀 신부가 들어와 고유어인 타갈로그어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비롯됐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이면 혜화동 로터리가 이주노동자들의 거리로 변하는 광경은 우리들의 눈에도 익숙하게 되었다.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요일 오후 1시경이면 멀리 안산, 광명, 의정부, 포천 등지에서 수백 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성당 밖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필리핀 사람들은 제2의 마닐라 시장이라고 지칭할 만큼 애정이 깊다.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은 외국 이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우리 학교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다문화 시대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다문화 가족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 2011년 55만 명으로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에도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다문화 가족이 출연하였다. 그만큼 다문화가족을 배려하고 우리의 구성원으로 수용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한다. 실제로 다문화가구들의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60% 가까이 되는 등 빈곤한 가구들이 대부분이다. 신분상승의 통로가 되는 교육 여건도 열악하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예로서 중학교 의무교육이 끝나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고교 진학률이 불과 30% 수준으로 극히 낮다. 이는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낮으며 대부분이 하위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동화주의 정책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미국 등 선진국은 다문화주의 정책을 탈피하고 다문화를 포용하는 통합주의적 접근에 집중해 왔다.

다문화 통합주의란 손님으로서 혹은 시혜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던 이주민들을 주류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할 우리사회의 주체로서 인정하고,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문화를 인정하며, 사회적·정치적 권리까지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문화에 근거한 사회통합 모델은 생존권, 특히 가난과 불평등을 타파하는 동시에 다문화 공존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국 워싱톤대학의 송성실 교수에 의하면, 다문화시대에서는 사회를 보는 우리의 안목이 두 개의 렌즈(bifocal)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한쪽 렌즈로는, 우리가 먼저 공평하고 공정한 경제적 정의를 확인해야 하며 또 하나의 렌즈를 통해서는 다양하고 다른 문화를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마치 곧 터질듯한 시한폭탄처럼, 많은 이주민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에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의 이주민들이 그렇게 변한다면 어찌 우리 사회의 비극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