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카페 미미끄

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수화카페 미미끄
만약 우리가 앉아있는 카페 바로 옆자리에서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로 대화하고 있다면? 아마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뚫어져라 바라볼 것이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은 이런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외출을 꺼리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장소이자, 이들이 세상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전국에 단 하나뿐인 수화카페 ‘미미끄’가 있다.
ⓒ수화카페 미미끄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쉼터의 필요성을 느끼던 김현호 목사는 2005년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들을 위한 작은 수화카페를 만들었다. 이 카페는 청각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들은 이곳에 모여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편히 쉬고, 대화를 나눈다. 청각장애인 최경숙 씨는 “일반 카페에서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수화로 마음껏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이곳은 같은 농인들끼리 모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쉴 수 있어 좋다”고 만족했다. 수화카페 미미끄는 청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 카페 대표인 김현호 목사는 “일반인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듣지를 못하니 서로 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이곳은 그런 생각을 깨트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15명 내외의 일반인들이 목사님의 도움으로 청각장애인들과 이야기 하며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기존에 가졌던 선입견을 깨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단순히 카페의 역할만을 하지는 않는다. △ASL(American Sign Language : 미국 수화) 학습을 위한 교실이 되기도 하고 △수화 콘서트와 수화 뮤지컬이 열리는 장소가 되기도 하며 △수화로 진행되는 성경 교실이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김현호 목사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단순한 지원을 하기보다는 지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 운영에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에는 청각장애인들이 직접 바리스타로 활동하며 사람들과 소통했다. 하지만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의 쉼터를 목표로 하는 카페다 보니 그들의 임금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2010년 11월부터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현재 김현호, 우성연 목사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성연 목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카페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며 “추후 재정 상황이 나아지면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다시 한 번 더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청각장애인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한 달 전 중국에서 20명 정도의 청각장애인들이 방문해 중국 수화로 ‘You raise me up'을 부르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온 한 청각장애인은 대화 도중 즉석에서 마임으로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하나코 씨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됐다”며 “사람들에게 일본 수화를 알려주고, 한국 수화를 배우고 싶다”고 수화로 말했다.
수화카페 미미끄는 추후 카페의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의 청각장애인들을 도우려는 계획이 있다. 아프리카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청각장애인들이 살기에는 특히나 어려운 곳이다. 김현호 목사는 “아프리카에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와 교회 등을 세우려는 목표가 있다”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아프리카 사진과 조각품을 장식하고, 손님들과 아프리카 청각장애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청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곳은 단순히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카페가 아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색안경을 벗을 수 있는, 서로의 꿈을 함께 나누는 열린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