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혜지(사과계열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여름 방학, 방학 첫째 주를 허무하게 보내고 난 후 계속 이렇게 방학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생각난 것이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제주 올레길이었고 혼자서 제주도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간 2박 3일의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첫째 날 걸었던 올레 6코스이다. 첫째 날, 아침 일찍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서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도의 남쪽에 위치한 서귀포시로 향했다. 그 곳에서 쇠소깍을 시작으로 외돌개에서 끝나는 올레 6코스를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정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6코스의 시작점인 쇠소깍은 소가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한 연못의 끝자락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름처럼 쇠소깍은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고 하천의 끝자락으로 길을 걷다보니 실제로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쇠소깍은 큰 바위들과 우거진 숲이 어우러진 풍경에 물감을 섞어 놓은 듯한 선명한 색의 하천이 더해져 장관이었다.
쇠소깍에서 시작해 넓게 펼쳐진 바다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여느 마을처럼 평범한 시골 마을을 지나가게 되는데 올레길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모습도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통해 가다보면 지재기 오름이 나오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오름은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지나쳐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길을 몰랐던 나는 단순히 화살표를 따라가야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험한 숲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길이 나있긴 했지만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자라있는 나무가 많아 어둡고 침침했기 때문이다. 막상 오를 때에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무서움과 막막한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니 이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지재기 오름을 지나 그 다음으로 소정방 폭포를 보기 위해 계속해서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가는 도중에 ‘검은여’ 라는 곳을 지나쳤는데 현무암 지대여서 검은 바위와 바다가 어우러져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리고 검은여에는 활을 쏘는 국궁장인 백록정이 있어서 활을 쏘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검은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소정방 폭포였다. 비록 정방 폭포에 비해 작은 규모였지만 더운 여름에 계속해서 걷던 나에게는 시원한 휴식처가 되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서귀포 올레 시장이었다. 올레 시장까지 가는 길 중간에는 이중섭거리가 있는데 이 거리는 일상생활 속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거리를 지나면서 흔하게 마주치는 벽마다 그려져 있는 아기자기한 벽화와 가로등 같이 생긴 구조물에 걸린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은 좋은 볼거리였다. 거리를 따라 계속 걷다보니 서귀포 올레 시장이 나왔다.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가보는 재래시장이라 색다른 기분이었다. 이 시장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서인지 다른 시장과는 달리 시장 중앙길을 따라 분수가 설치되어 있는데 나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 올레 시장을 끝으로 이 날 올레길 걷기를 마무리 했다. 비록 끝 지점인 외돌개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쇠소깍부터 서귀포 올레 시장까지 거의 10km가 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값진 경험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