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훈 기자 (yhc0821@skkuw.com)

“영브르 바퀴벌레 좀 퇴치해 줘!”
소위 바퀴벌레 기사를 쓴다고 하자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곤충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나였다. 어렸을 적 흔히들 채집하는 잠자리와 매미 한 마리 만져본 적 없던 나였다. 유년 시절 나비 체험관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 엉엉 울던 기억도 어렴풋하다.
그런 내가 졸지에 영브르가 돼 버렸다. 궁금증이라면 못 참아 곧바로 호암관 3층 정수기 뚜껑을 뜯어봤다. 찜찜했지만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순간 “으악!”하고 단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도대체 내게 무슨 용기가 생겼기에 바퀴벌레의 온상이었던 그 정수기 뚜껑을 겁도 없이 뜯어봤을까.
어렸을 때의 그 무서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 순간 묘하게도 이 정수기를 더 뜯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곤충이 무섭기 이전에 ‘나는 기사를 써야 했다’. 드라이버를 들고 정수기 뒤편을 분해했다. 이내 밝은 빛에 놀란 바퀴벌레 가족들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이쯤 되면 우리 학교의 다른 정수기가 궁금해질 만도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양 캠의 모든 정수기를 열어보기로 결정했다. 인사캠을 다 확인하는 데는 3시간이 꼬박 넘게 걸렸다. 다음 날엔 개인적인 용무를 다 마친 6시에야 자과캠으로 출발했다. 8시가 가까운 시간, 최대한 많은 정수기를 확인하고 서울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숙사부터 의학관까지 모든 건물에 발을 들여놨지만 시간문제로 절반 정도의 표본만 확보했다. 육안으로도 바퀴벌레 한 마리 찾을 수 없었지만 자과캠 정수기 관리자 역시도 지금껏 바퀴벌레가 발견된 적 없다고 전했다. 학우들이 마신 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호암관에 어떤 특별한 문제가 있었는지 그 원인을 유추해야 했는데, 해충박멸업체의 자문을 구하는 데 성공하면서 쉽게 실마리가 풀렸다.
바퀴벌레와 친하게 지냈던 1주일, 결국 학교 측에서 호암관 바퀴벌레를 말끔히 박멸하면서 1년 간 계속된 바퀴벌레의 숨바꼭질은 끝났다. 몸은 힘들지만 앞으로 모든 건물에서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영브르 임무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