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인(법0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제 짜이 공연 재미있었지?”
“응 완전 똑같아서 깜짝 놀랐잖아.”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의 대화가 들립니다. 활짝 웃으면서 앞을 지나가는데 못 알아봅니다. 본인들의 대화의 주인공이 바로 앞에서 지나가는데도 말이죠.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워 하루 종일 웃음이 납니다.
안녕하세요 성대 학우 여러분. 법학과 04학번 ?짜이? 김성인입니다. 건학기념제도 끝나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중간고사가 여러분의 생활패턴을 스멀스멀 바꾸어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저는 아직도 무대의 여운을 느끼고 있는 철없는 고학번입니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그 어떠한 즐거운 경험들보다 즐거웠던 며칠간이었기에 너무 행복하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서툰 솜씨지만 성대신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글은 냉철하게 쓴 글도 아니고 여러분이 몰랐던 사실을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 감정에 벅차 쓴 글입니다.
무대가 끝난 직후에 취재를 하시는 기자님께 말씀드린 소감이 저의 모든 마음이었기에 그날의 감정을 더 부연설명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지금도 뭐라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야 할지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도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성장기를 부모님과 떨어져 산 경험 때문에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저 또한 사랑을 베풀 줄 몰랐기에 마음을 표현할 방법도 몰랐습니다. 공연 곡 중 하나였던 ‘예술이야’의 가사인 “예술이야 이런 날이 올 줄이야”를 외친 순간에는 감정 조절이 안 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러분에게 받은 그 함성을 계속 귓속에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오래 다녔어도 여러분보다 똑똑하지 못해 조별활동이 있는 수업은 다 피했고, 법학과 학생이지만 전공공부가 즐거웠던 순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피하기만 했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몇 년간은 학교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과 올해에 국토대장정, PANASIA 행사를 참여했고, 한참동안 멀리했던 성균관대 학우들과 함께했습니다. 순수하고 능력 있는 친구들이 학교에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그동안 피하기만 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하려 했고 그러다가 지쳐 포기하게 되고, 그렇게 도망쳤던 시간들이 가끔 제 자신을 후회하게도 만들지만, 하면 즐겁고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여러분이 질러주신 함성을 잊지 못할 것이며 제게 주시는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감히 부족하지만 학우 여러분들도 그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서, 그 일들이 다시 오지 않을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드는 에너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 여동생은 제가 공연하는 것을 집안망신이니 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만, 기회가 주어지고 여러분이 원한다면 어디든 저에게는 무대입니다.
감사합니다 성대 학우 여러분. 그리고 사랑합니다. 참 싫었던 학교가 이제는 너무도 좋습니다. 빨리 졸업 안 하고 늙지 않는 형, 오빠, 친구, 동생으로 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