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저마다 내놓고 있는 선거공약을 보면 우리 사회에 금방이라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거공약이란 자고로 순간의 환심을 얻기 위한 겉만 번지르한 사탕발림이라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선거를 통해 경험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유권자들과의 공약을 헛된 약속(空約)이 아니라, 진정한 공적인 약속(公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관심과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증거’ 또는 ‘증거물’이란 의미의 라틴어 마니페스투스(manifestus)가 어원으로 이탈리아어 마니페스또(manifesto)로 변화되어 오늘날 정책, 정권공약, 선언, 선언서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공약을 계량화하여 유권자에게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운동이다. 다시 말해 후보자의 공약에 대해 그 공약이 실현가능한지 점검해서 유권자에게 공표하는 것을 내용으로 이른바 참공약 운동을 뜻한다. 1834년 영국의 로보트 필 보수당 당수가 처음으로 도입한 운동으로서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토니 블레어는 "25세 미만 청년 25만명 고용, 5~7세 아동 학급규모 30인 이하로 축소, 향후 2년간은 현재의 지출 제한 틀을 넘지 않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러한 공약이 유권자 호응을 얻은 가장 큰 이유는 공약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재원마련을 포함한 데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매니페스토 운동은 2000년 시민단체에서 전개된 낙천·낙선운동에서 발전하여 2006년 2월 ‘5·31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의 발족을 계기로 미디어와 정치권의 관심을 얻게 됐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운동 본부는 2012년에는 18대 국회의원 241명의 공약이행 비교 분석 작업을 진행하여 결과를 발표하였고, 300여 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매니페스토 대학생 기자단을 발족하여 그로 하여금 웹상에 지역구의 후보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인터뷰를 하게 하는 등 한국의 선거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여 왔다.
매니페스토 운동에서 선거공약에 대한 평가방법은 일명 스마트(SMART) 지수에 따른다. 이에 의하면 후보의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인가(Specific),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Measurable), 정말로 달성가능한가(Achievable), 지역의 특성과 연계되어 타당성이 있는가(Relevant), 추진 일정을 명시하였는가(Timetable)라는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10월 19일에는 ‘대학 총학생회 매니페스토 선거 가이드 북’을 발간해 학내 정치에도 적극 이용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현실가능성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대학권에서의 선거풍토 역시 기성정치권들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기성 정치권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대물림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그들만’의 학생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은 선거에서 치밀하고 착실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하는 일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성공하려면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 공약의 이행여부를 추적하여 검증하는 등 사후평가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매니페스토 운동의 핵심적 가치는 공약에 대한 평가 그 자체가 아니라 공약을 만드는 과정부터 이행하는 과정까지 상시적 의사소통을 통해 유권자들의 진정한 요구를 반영해 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며 수단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맞는 말이다. 기성정치권이나 학내정치에서도 매니페스토 운동의 이러한 핵심가치를 저버린다면 매니페스토 운동 역시 운동을 위한 운동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