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채식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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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7일 동안 ‘비건(vegan)’단계의 채식주의를 체험했다. 비건은 달걀 및 유제품은 물론이고 △닭고기 △붉은 고기 △생선 등도 당연히 먹지 않는다. 또한,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죽성분이 있는 △가방 △지갑 △신발 등을 쓸 수 없다. 물건까지 사용할 수 없으면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있을 것 같으므로 ‘음식’에 한해서 비건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덧붙여, 기자는 키178에 74킬로의 평균 체중 남성이다. 평소 먹는걸 아주 좋아하지만, 특별히 고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음식 자체를 좋아하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름 몸 생각을 많이 해서 운동도 매일 하고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있었다. 평소 채식에도 관심이 있어서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은근히 기대됐다.

음식 때문에 힘들었던 일상
채식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다. 원래는 고기가 들어가든 계란이 들어가든 신경 쓰지 않고 “오늘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지만, 채식을 하고 나서는 “돈가스 집은 안돼요”라고 먼저 말하게 됐다. 막상 식당에 들어가서도 먹을 것은 아주 한정돼 있었다.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된장찌개’였다. 요즘 된장찌개에는 조개를 비롯한 각종 해물을 넣는 음식점이 많아 주문할 때 그것들을 전부 제외해달라고 부탁드려야 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했지만, 식당 주인들은 원가가 줄어들어 좋아하셨다. 음식이 나오면 더 곤욕스러웠다. 보통 밑반찬에는 ‘오뎅 무침’이 자주 나오는데 먹을 수 없었다. 그 흔한 오뎅을 먹을 수 없으니 괜히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은 고기가 들어가 있는 음식을 주문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까 왠지 모를 박탈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먹는 내내 속으로 ‘아... 한 입만 먹었으면’하고 되뇌었다.
식당을 나와 카페를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커피전문점 음료 대부분에는 우유가 섞여 있어 생과일주스밖에 먹을 수 없었다. 편의점에 있는 음식도 대개 유제품이 함유돼 있고 동물성 기름이 첨가돼 먹지 못했다. 원래 초콜릿을 너무 좋아해 매일 초콜릿을 한 개씩 사서 먹었는데 초콜릿에는 우유가 함유돼 있어 먹지 못했다. 너무 군것질이 하고 싶어 한참 헤매서 찾은 음식은 약과였다. 약과는 대부분 물엿과 설탕으로 이뤄져 있었다. 기자가 제품 뒤편 제조 구성을 본 결과 동물성 재료 및 유제품이 함유돼 있지 않아서 비건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인터넷으로도 찾아봤다. 어찌 됐건 눈앞에 있던 약과는 계란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맛있게 먹었다.
기왕에 채식주의자가 됐으니 채식주의 식당도 가보기로 했다. 혜화동의 한 채식 카페에서는 두 종류의 요리를 팔았다. 마파두부와 콩 요리를 주문했는데 지금까지 먹을 수 있었던 채식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먹으면서 ‘아, 콩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연달아 하게 됐다. 운동을 거의 매일 하는 사람에게는 단백질이 필수인데 오랜만에 두부와 콩으로 몸보신(?) 한 기분이 들었다.

채식 이후 달라진 몸의 상태
채식 3일째에는 엄청난 공복감이 들었다. 먹어도 먹은 느낌이 들지 않는 그 무력감. 배에서 먹을 것을 너무나도 갈구해 야채를 넣어줬지만, 순식간에 위액으로 소화시켜버렸다. 그리고 다시 공복감이 밀려왔다. 주위에서는 뭔가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들렸으며 실제로 좀 비실대기도 했다. 하지만 4일 째에 접어들자 공복감이 익숙해졌다. 그 느낌은 단순히 배가 텅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뱃속이 비어있지만, 배고프지 않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고기를 먹을 때에는 종종 속이 안 좋기도 했지만 채식을 하고 나자 뱃속은 아주 평온했다. 점점 채식이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고기는 먹고 싶었다. 바로 옆에서 파는 닭강정을 누군가 먹고 있으니 입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눈 딱 감고 그냥 먹을까?’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몸무게가 조금씩 줄었다. 마지막 날 몸무게를 재보니까 2kg이 줄어 있는 상태였다. 다만, 채식해서 몸무게가 감소한 것인지 먹을게 워낙 없다 보니 못 먹어서 몸무게가 감소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운동은 꼬박꼬박 했으니 살이야 당연히 빠지는 게 정상이었다.

마무리 하며
마지막 날 채식 종료 한 시간 전부터 치킨과 맥주를 반드시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채식이 끝나자 그다지 고기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속으로 ‘설마... 내가 일주일 동안 채식을 해서 몸이 고기를 거부하나?’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치킨이 구미를 당기지 않았다. 배가 고프긴 하니까 고기 두 점을 구워 먹었지만,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냥 예전에 먹던 고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먹을 음식이 적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채식 식당이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편의점 같은 시설이 존재한다면 군것질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에서도 크게 불편을 느낄 것 같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간 채식을 경험한 기자는 생활이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어려움은 없었다. 다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살도 빠지고 속도 편하니 좋은 점도 많았다. “가끔 고기를 먹는 ‘플렉시테리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