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Jamie Hayward
우리나라에서는 ‘vegetarian’과 ‘vegetarianism’ 두 개념과 단어가 채식주의라는 뜻으로 함께 쓰인다. vegetarian은 채식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말이다. 보통 동양의 채식주의와 연관이 있다. 인도를 중심으로 종교적 교의와 터부에 기초해 발생했다. 따라서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서양의 채식주의인 vegetarianism은 육식 주의자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다. 이것은 채식과 신체의 관련성에 대한 개념이다. 육식의 과잉섭취로 발생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몸에 해로운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달걀이나 유제품 등은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채소를 주로 먹으며 달걀, 유제품으로 아미노산을 섭취한다. 하지만 vegetarianism은 채소를 뜻하는 영어 ‘vegetable’이 아니다. ‘전체의, 건전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베게투스(vegetus)’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채식주의는 단순히 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동물 보호와 환경 보전의 의미까지 더한 태도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같은 채식주의자라도 우리는 모두 달라
채식주의자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먼저 동물 존중에서 나아가 식물의 생명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따라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은 ‘프루테리언’이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비건’이라 불린다. 이들은 프루테리언 보다는 온건하다. 하지만 고기나 생선은 일절 먹지 않고, 유제품과 달걀도 거부한다. 온전히 식물만을 먹으며 모피나 가죽제품 생산과 이용에 반대한다.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을 먹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건과 비슷한 수준의 채식을 한다. ‘오보(ovo)’는 라틴어로 달걀이라는 뜻이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여기에 더해 우유까지 먹을 수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식물과 해산물을 먹는 채식주의자다. 이들 중 달걀이나 유제품까지 먹는 사람도 있다. ‘세미 베지테리언’과 ‘폴로 베지테리언’은 고기 중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만 먹지 않는다. 닭고기같은 흰 살 고기와 생선 등은 먹을 수 있다. ‘플렉시테리언’은 때때로 육식을 하기도 하는 유연한 방식의 채식을 한다.
나는 왜 채식을 하는가
또한,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따라 실용주의적 채식주의와 이데올로기적 채식주의로 나눌 수 있다. 실용주의적 채식주의자는 건강 개선을 목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다. 식습관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심장발작 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양학적 요인은 바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몸에서 합성하기도 하고, 유제품이나 고기 등에서 얻는다. 그런데 이를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에는 심장발작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이밖에도 육식은 △과체중 △광우병 △암 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데올로기적 채식주의자는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대의 공장식 가축 농장이 문제라고 말한다. 식용 가축의 인공적인 사육과 잔인한 도살 행위 등에 대한 거부감이 이들을 채식으로 이끈 것이다. 오늘날의 젖소는 착유기를 끼고 엄청난 양의 우유를 짜내느라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칼슘이 부족해진다. 그렇다보니 케톤증 등의 결핍성 질환에 취약해지고, 젖몸살에 시달리다 결국 죽게 된다.
닭의 경우 유전자 변형으로 육계와 산란계를 만들어내고 육계에는 성장촉진제를 맞춘다. 과잉성장과 비정상적인 체중증가로 육계는 다리 약화증상이 일어난다. 산란계로 태어난 수평아리들은 별로 쓸모가 없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또 암컷 산란계들은 갑갑한 철장 안에서 대규모로 사육되며 각종 호르몬제와 백신을 맞으며 알을 낳는다.
이데올로기적 채식주의자들은 이와 같은 사육 환경에 분노하고 동물의 생명권, 나아가 생태계를 위한 대안적 식습관으로서 채식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채식을 택한 사람들도, 이후에는 동물성 음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이내 이데올로기적 채식주의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채식주의는 이처럼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채식을 하고, 어떤 종류의 채식을 하든, 이들은 자신이 살아갈 삶의 형태에 대한 적극적인 선택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