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Q. 한국 사회에서 매니페스토가 정착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A. 지켜지지 않은 공약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국민적 분위기가 가장 큰 잘못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공약의 이행도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유럽발 재정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IMF 외환위기 등과 같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선거 때만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권한을 위임하고, 선거 이후에는 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Q. 매니페스토가 정착된다면 무엇이 변할까?
A. 매니페스토가 정착된 나라는 후보 위주의 ‘호들갑스런 선거’에서 정책 위주의 ‘차분한 선거’로 변한다. 지금 우리나라 선거는 유권자보다는 후보의 주도로 이뤄진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 중심으로 정책 토론 등의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선진국 같은 경우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만들 때 약 2년 정도가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2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현실을 체감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정책들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의 정치 활동은 정책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 후보들은 선거 공약이 채택되면 이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사과를 한다. 이러한 경향은 국민의 의사를 위임받는 대의민주주의의 중요한 기제다. 즉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와 안정적인 정치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Q. 매니페스토의 관점으로 본 제18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는?
A. 제18대 대선은 총선과 같은 해에 열리기 때문에 매니페스토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은 125개, 민주통합당은 300여 개의 많은 정당 공약을 제시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 연장선상에서 후보별 정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일관성이 없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많은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정당 내부에서 공약을 만들다보니 서로 정치 철학이 충돌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를 위해서는 우선 후보의 정치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핵심 과제와 내용을 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 확보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매니페스토 도서를 보면 가장 앞부분에 후보의 정치 철학이 먼저 나와 있다.


Q. 지난 30일에는 대선 후보들에게 ‘레드 카드’를 준다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A. 얼마 전 우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구체적인 공약 내용 △필요 예산 △예산 확보 방안 △집행 우선 순위 등이 쓰여 있는 대차대조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모든 후보가 묵묵부답이거나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했다. 선거가 5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곧 경제 10위 대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도 있는 분들이 아직 구체적인 공약 대차대조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약 1달 전에 공약을 발표한 후, 이 공약의 집행을 위임해달라는 것은 백지수표를 달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후보가 아닌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공이 돼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Q.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매니페스토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A. 정치인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민주주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유권자가 중심이 돼 매니페스토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인물 △정책 △정당을 모두 고려해 선거를 해야 한다. 또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논거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