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마침내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고려대를 앞질렀다. 영국 더타임즈의 2012년 세계대학평가에 의하면 우리 학교가 211위를 기록했고 고려대는 240위에 머물렀다. 포항공대와 KAIST를 제외한 종합대학교 중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다음으로 우리 학교가 최상위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또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우리 학교는 고려대를 앞서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시작된 1994년 이래로 우리 학교가 최상위 대학에 포함되는 데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소위 ‘SKY’라는 구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타가 말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지난 수년간 그러한 징표들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지만, 사회 통념상으로도 SKY 구도를 깬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이러한 큰 성과는 그동안 총장을 위시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삼성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다 함께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치하하고 자축을 하자. 우리는 결코 소아적으로 어떤 특정 대학교를 앞섰다는 점에서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구성원 모두가 단결하여 노력하고 도전해 좋은 성과를 가져오게 된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온전한 평가문화에서는 평가결과를 가지고 행동 지향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세계대학평가의 결과를 가지고 우리가 단순히 점수 매김으로 생각하거나 자만해서도 안 되고,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미래지향적 행동으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학교는 600년이 넘는 역사성과 정통성을 가진 대학인데도 불구하고 그 가치와 위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서구문명이 한계에 부딪친 지금, 우리 학교는 동양사상과 철학 등 인문학적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다석 유영모 선생이 주장하신 동서귀일(東西歸一)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에 있다면, 우리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예사로울 수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가 군사적 혹은 경제적 대국이 아닌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신 김구 선생의 말씀이 맞다면 우리 학교의 위상과 가치는 재평가 받아야 한다. 비록 세계대학평가체계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학교의 정체성과 미래의 방향성을 재조명하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균관대학교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역사적 재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