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호선 강남역, 9호선 고속터미널역, 9호선 여의도역 급행 

하남 30-5번 버스서 맞닥뜨리는 당황스러움

 

서울에 처음 와본 해외 관광객이나 지방 사람이 아니어도 헷갈린다. 처음에는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선 줄 알고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 한다’며 스스로를 타박한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벗어난 후 그 때를 떠올려보면 단순히 내가 바보여서 길을 헤맨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 오천만 중 천만 여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 다른 도시에 비하면 대중교통 시설이 미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몇 가지 소소한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첫째, 미로의 '종결자',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

 강남역 지하상가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지하철 출구 찾기란 쉽지 않다. 복잡한 지하상가 구조(그림1)와 보행자에게 소홀한 출구 표지판 때문에 길을 잃기 십상이다. 실제 지하상가에 여러 갈래로 난 거리 중 어떤 거리는 출구 표지판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그림3),

출구 표지판이 있다 하더라도 여러 출구가 한꺼번에 표시되어 하나의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그림4).
한편, 같은 강남역 지하상가라 하더라도 비교적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신분당선의 강남역 지하상가(그림2)는 또 다르다. 

상점들은 백화점 점포 배열 식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돼있다. 출구 표지판 역시 잘 보이는 곳곳에 있어 사람들이 길을 찾는 데 혼선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 


둘째, 9호선 고속터미널역서 고속터미널 가는 머나먼 길
단순히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하면 고속터미널에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그 지역 지리에 익숙하여 최단거리를 알면 그럴지도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이나 초행자인 관광객들은 지하철 내에 있는 표지판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이런 점에서 답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고속터미널’에 이르는 길에 올라서는 순간 적지 않은 화살표와 안내 표지판을 보게 된다. 지하철역을 벗어나 신세계백화점 안으로도 걷게 된다. 10여분이 지나면 급기야 지상으로도 나가야 한다. 백화점을 빠져나와 드디어 센트럴시티 터미널 지상 입구에 도착한다.
이 통로를 빠져나와 터미널에 도착한 박지원(가명.26)씨는 “3호선에서는 거의 바로 터미널하고 연결이 돼있었거든요. 그래서 9호선도 뭐 비슷할 줄 알았어요. 근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니 이게 무슨 고속터미널역인지.”라고 말했다. 특히 이 길을 걷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 시간 때문에 한시가 급한 경우가 많기에 시민들이 느끼는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복잡하고도 미리 공지가 안 된 기나긴 통로는 뜻밖이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이러한 불상사는 3호선 고속터미널이 생긴 후 7호선과 9호선 승강장을 추가로 착공해야 했던 상황 때문이다. 지하철 통로 설계자들이 승객을 배려하지 않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셋째, 9호선 여의도역 ‘급행’ 지하철
“9호선 탈려다 멘붕이다 급행은 또 모이며 일반은 또 모이냐 여의도 가는데 난 어느방면으로 타야하는거야 ㅠㅠ” (2012.09.07 | lov****ko77님), “9호선 급행열차인줄 알고 뛰어서탔는데..타고보니 일반열차ㅋ...” (2012.02.21 | kyo****ik_woo님), “헐 급행이었다 극적으로 여의도에서 내린... 일반열차 기둘려야하나 걸어야 하나 ㅜㅜ” (2011.06.03 | lu****m님).
모두 9호선 급행 때문에 당황했다는 트위터 메시지. 그 중 한 명의 이야기 전말은 이렇다.
지난 8월, 지방에서 올라와 처음으로 국회의사당에 가려고 했던 이씨(23)는 ‘급행’ 지하철이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 그저 5호선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국회의사당역에 내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국회의사당에 가는 지하철을 타고도 국회의사당이 아닌 그 다음 역인 당산역에서 열리게 되는 지하철 문 앞에서 어리둥절해하고서는 이내 자신을 탓했다. 자신이 잠시 딴 생각을 한 사이에 국회의사당을 지나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른 타고 있던 지하철에서 내려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다시 탔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이 열리는 곳은 그 전 정류장이자 목적지인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전전 정류장이자 애초의 출발지인 여의도역. 이번에도 내리고자 하는 국회의사당역만 폴짝 건너 뛴 것이다.
이씨가 이런 혼란을 겪은 이유는 승강장 하나에 두 종류의 열차가 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5호선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는 승강장에는 급행과 일반이 각자의 시간에 맞춰 돌아가며 오게 돼 있다.
한편, 또 다른 급행 노선이 있는 9호선 신논현역은 이와는 사정이 다르다. ‘급행’과 ‘일반’ 두 승강장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큼지막하며 명확한 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5호선 여의도역의 환승게이트를 지나 맞닥뜨리게 되는 승강장은 오로지 한 곳이라 혼란이 더 가중된다.
이 때문에 지하철이 급행인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바쁘게 달려와 지하철에 ‘골인’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급행을 타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역에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급행과 일반 둘 다 한 통로에 정차하도록 승강장을 설계한 점, 급행임을 크고 명확하게 알리는 표지판이 없는 점 등으로 사정을 모르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넷째, ‘올림픽공원’ 정류장과 ‘올림픽공원역’ 정류장 사이.
“한체대 보려고 서울 왔는데 올림픽공원 안을 몇 분이나 걸어서야 도착했네요. 하필 한참 더웠던 2시에... 30-5 버스 타고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리면 되는 걸로 알고 왔는데... 올림픽공원과 올림픽공원역 정류장이 다른 거라니... 사실 조금 ‘낚인’ 기분이었어요.”
김영은(가명.18)양은 지난 7월 28일 한국체육대학교에 방문하려고 서울에 왔다. 지방에 사는 그는 인터넷을 통해 목적지에 가는 방법을 알았다. 잠실역에서 30-5 버스를 탄 후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버스 노선에 이름이 비슷한 ‘올림픽공원’ 정류장과 ‘올림픽공원역’ 정류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한체대에 가려면 ‘올림픽공원역’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그 지역에 살거나 하여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일이 없겠지만, 그 곳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에게 ‘역’이라는 글자 하나 차이의 정류장은 충분히 헷갈릴 만하다. 종종 ‘올림픽공원역’ 정류장에서 내려야 할 사람들이 ‘올림픽공원 정류장입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면, 자신의 목적지인 줄 알고 서둘러 내리려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들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한편, 5호선 지하철 같은 경우는 역 이름을 ‘올림픽공원역(한국체대)’로 공식 표기하고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30-5 버스도 이러한 공식 표기법을 따르거나 아예 두 역 이름을 분간하기 쉽도록 차별화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다른 도시, 나라에 비하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서울의 교통수단. 매일 사용하는 인구 수 또한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서울의 교통수단들은 승객들의 불편을 헤아리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더 나은 ‘시민의 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2% 부족한 교통수단 사례들의 대부분은 바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은 점 때문이리라. 무엇보다도 ‘사람’을 위하는 수단, 정책, 나라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