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연극 <그날, 우리는> / 유수빈 기자 newbien@
연극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대학로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극은 대학로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 극단의 정기 공연 <그날, 우리는>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에서 택시를 타고 30여 분을 가야 했다. 생소한 골목길을 파고들어서야 성미산 마을 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극장에 들어서자 부산히 극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이 바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줄여서 ‘극단 휠’이다.
휠은 2001년에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한데 어울려 만든 최초의 장애인 극단이다. 이들의 목표는 △장애인의 사회적 능력 강화 △장애인 예술가 양성 △장애인 인식 개선 등, 장애인들의 문화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공연 외에도 휠은 장애인 인식 개선 세미나나 연극 아카데미를 진행하기도 한다.
휠이 다루는 작품에서는 장애인이 종종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극을 결코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 혹은 비장애인들의 의식을 깨우치려고 하는 교훈적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 한편으로 휠은 ‘꿈꾸는 삶을 살기’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연극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이야기는 따스하다.
동아리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극단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장 연극의 중심지인 대학로에 서는 것도 휠에게는 어려웠다. 대학로의 수많은 극장을 건축할 때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지어진 큰 극장에는 장애인 시설이 갖춰져 있으나 이런 곳은 대관료가 부담된다. 이번 공연이 열리는 성미산 마을 극장에는 장애인 화장실과 엘리베이터가 모두 있다. 그러나 이곳은 대학로만큼 거리가 활발하지 않아 사람들의 접근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고생 끝에 찾아간 성미산 마을 극장에서는 극 준비가 한창이었다. 서글서글한 분위기에서 리허설이 진행됐고, 얼마 안 가 본편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날, 우리는>의 주역 세 명은 발성이 수월한 사람들이었지만, 나머지 배우들은 그렇지 않았다. 걸음걸이나 말하는 것이 답답할 만큼 힘들어 보였다. 극 중에서 종종 독백하는 부분은 관객과 상황을 고려해 배우 뒤편에 있는 스크린에서 자막이 나왔다. 퇴장할 때는 벽에 부딪혀 버벅거리기도 했다. 잦은 실수가 있었지만, 단장 송정아 씨는 이번 공연에 대해 “배우들이 긴장을 많이 했지만 만족스럽다”라고 말한다. 또, 장애인들이 연습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중증 장애인들은 많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큰 연극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며 피드백을 받고, 연습하면서 동선 같은 것들을 스스로 찾아 나갈 때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번 공연 <그날, 우리는>은 왕따, 왜소증 등으로 사회가 매몰차게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다짐하는 낙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몇몇 실수가 눈에 띄었지만, 극단 휠이 실수 또한 극의 일부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퍽퍽한 현실을 서그럽게 이겨나가는 등장인물들이 휠 단원들과 겹쳐 보이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