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준(기계10)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날씨가 추워지고 11월 중순을 맞이하면서 한 학기가 끝나가는 것을 느낀다. 슬슬 희미하게 졸업이라는 글자가 눈앞에 보이니 지금까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했나 하고 가끔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 이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는 불만이 많았고 특히 소속감과 전공 선택에 있어서 가장 후회를 했었다.
1학년 때에는 대학생이 된 것이 마냥 좋아 LC친구들끼리만 놀러 다니느라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못 했다. 게다가 2학기에라도 제대로 참여를 했으면 되는 것을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그러지 못 하고 결국엔 동아리를 나와 버렸다. 그렇게 1학년이 끝나갈 무렵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왔는데 그 때 나의 전공 선택 기준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과’와 ‘취업이 잘 되는 과’였다. 그리하여 선택한 기계공학부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나는 전공에 대한 큰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이렇게 다섯 학기를 보내고 나니 1학년 때 동아리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속감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동기 친구들이 대부분 군대에 가버린 상황이 겹쳐 나는 평소에 우울함을 잘 느꼈다. 그리고 공부도 어려워져 전공 선택을 할 당시의 내 판단에 대한 막심한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이 같은 후회는 단순한 계기로 인해 풀리게 되었다. 방학 중에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모두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4년 동안 한 것이 없다.’, ‘그 때 ~이 너무 후회가 된다.’, ‘좀 더 ~을 해볼걸.’ 이런 말들이 끝없이 나왔다. 정작 그 친구들이 나보다는 더 의미 있게 대학생활을 보내 왔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본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때 깨달았다. 모두 다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진 않구나. 생각해 보면 후회라는 것은 과거에 자신이 한 선택과 행동을 지금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것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행했던 그 선택과 행동은 그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오히려 그것에 대하여 만족을 하면 속은 훨씬 편하고 그런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자신에게 이로웠던 부분들도 보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만남이 있고난 후 나는 한번 현재에 만족을 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훨씬 편했다. 동아리를 하지 않아 소속감이 없었어도 지금까지 충분히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갚진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전공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으로 하게 되어 방학기간 동안 내 진로를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분명히 한번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후회하고 살아오면서 겪은 내적갈등이 얼마나 피곤하고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용기 내어 내 개인적인 일들을 써 보았다. 후회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여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