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영재 편집장 (ryuno7@skkuw.com)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안보 정책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2일 박 후보는 “(안보에서) 시행착오를 범하기에는 우리의 안보 여건이 너무 냉혹하다”고 말했다. “안보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대선 후보 3인방 중 안철수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측면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경험이라는 잣대는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성대올레’ 선본의 약력을 훑어봤다. 학생회 경험은 전혀 없었다. 정치 활동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이 선본이 실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생기지는 않았다. 경험은 수많은 잣대 중 하나일 뿐, 참신한 정책으로 학생회를 색다르게 이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난주에 있었던 인사캠 공청회에서 이 선본은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니즈(needs)가 있는 부분에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뿐이었다. 방법으로는 모니터링 요원을 꼽았다. 1만 8000명 학우들의 목소리를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듣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선본이 내세웠던 것 이상의 준비성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선본이 스스로 “정치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는 대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스로의 역할을 행정에만 국한시키는 꼴이었다. 이는 먼저 권력을 앞세우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정치의 본질을 상대방을 복종시키고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기 때문이겠다. 그러나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대립과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만 하더라도 학생자치단체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선본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기본적인 관심이나 해결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험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 이 선본과 유사한, 즉 신선함을 전략으로 취하는 안철수 후보와 비교해보면 질적인 측면의 차이가 크다. 이 선본이 ‘탈권위적 소탈함’을 덕목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어쩌면 리더로서의 경험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립은 사회라는 곳에서 불가피하다. 갈등 상황에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 상태가 되면, 리더십의 여러 항목 중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 이상으로 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안철수는 비교적 생소한 ‘수평적 리더십’을 내세웠다. 그러나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리더십은 리더십이다. 수평적 관계에서도 리더는 리더다. 이 선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이다. 안 후보에 비해 이 선본은 소탈해도 너무 소탈했고, 수동적이어도 너무 수동적이었다.
얼마 전부터 한 선본의 등록 거부 사태로 인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등록이 거부된 선본의 정후보는 최성웅 학우로, 지난해 총학 선거에서 ‘레알액션’ 인사캠 정후보로 출마해 39%의 지지율을 얻었던 후보였다. 잘못이 해당 선본에 있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 선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를 떠나서, 경쟁을 통한 발전을 위해 중선관위가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결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단선으로 결정이 된 이상 ‘성대올레’는 다시 한 번 고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우들의 니즈가 무작정 소탈하기만 한 무가치한 리더십인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