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초롱꽃 더덕 도라지 금불초 바위구절초 뚱단지 담배풀 솜나물 단풍취 돼지풀 도꼬마리 골등골나물 등골나물 벌등골나물 미역취 버드쟁이나물 가새쑥부쟁이 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개미취 옹굿나물 까실쑥부쟁이 참취 눈개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최승호, 『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 중에서

 

단양쑥부쟁이. 현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갑자기 유명세를 탄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4대강 사업이 경제 문제와 생태계 파괴문제를 야기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양쑥부쟁이는 직접적인 피해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 이유는 4대강 사업 구간에 단양쑥부쟁이가 군집한 여주 강가가 포함돼 서식지가 강제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 서식지에서 잘 자라지 못해 2700여 개체가 말라 죽어버렸다.

 단양쑥부쟁이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희귀품종으로, 가는 잎사귀가 솔잎을 닮았다 해서 솔잎국화라고도 불린다. 이 식물은 유기물이 많은 기름진 땅에서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 대신 모래와 자갈이 뒤덮여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강변에서 살아간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남한강 여주 일대 모래밭 강변과 그 상류 냇가의 모래땅에 단양쑥부쟁이가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1980년 충주댐 건설 이후 대부분의 서식지가 물에 잠겨 사라지고, 최근까지는 여주 바위 늪 구비 습지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단양쑥부쟁이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서식지외보전기관을 포함해 △개인 야생화 농장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황학산수목원에서 단양쑥부쟁이를 인공적으로 증식·재배하고 있다. 생태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증식은 오히려 식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대체 서식지를 제공할 때는 원래 살고 있던 곳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대체 서식지들은 단양쑥부쟁이를 위한 충분한 배려없이 마련됐다. 모래와 자갈 강변의 환경이 익숙한 단양쑥부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이에 단양쑥부쟁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 또 한 곳에서 몰려 자라게 될 경우 유전 다양성이 감소돼 갈수록 열성화될 수밖에 없다. 

단양쑥부쟁이의 자생이 위협받는 것은 단순히 단양쑥부쟁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 사슬의 위협, 더 나아가 생태계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생태계는 변화에 민감해 먹이사슬 중 극히 일부만 변형돼도 생태계 전체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대체 서식지를 제공할 경우 새집증후군 피해를 막기 위해선 그들의 특성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서식지외보전기관=환경부에서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동·식물을 서식지 외에서 체계적으로 보전·증식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