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크라이 마미' 리뷰

기자명 김기진 기자 (skkujin@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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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엄마." 성폭행의 잔혹한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던진 여고생의 마지막 한마디다. 그러나 이 말은 오히려 엄마의 눈물샘을 더 자극한다. 폭력으로 가장 상처받았을 딸은 가해자에게서 진심 어린 사과도, 분노를 삭일만 한 재판 결과도 받지 못한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유일한 사람이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한 장면이다.

 17살 은아는 같은 반 유급생 조한을 짝사랑하게 된다. 짝사랑의 대가는 잔인했다. 조한의 부름에 옥상으로 올라간 은아는 조한과 그의 친구 2명에 의해 무참히 강간당하고 만다. 분노에 찬 엄마 유림은 세 명의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지만 두 명은 정액이 검출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고, 정액이 검출된 나머지 한 명 역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형을 받는다.

수치심에 떨고 있는 은아에게 전해온 한 통의 메시지가 그녀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비극의 단초가 된다. 가해자로부터 온 메시지에는 성폭행 현장 영상이 생생히 찍혀있었다. 가해자는 이를 빌미로 2차 성폭행을 가했고, 은아는 결국 스스로 손목을 긋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유림은 세 명의 가해자를 직접 살해한다.

누구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줄거리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한 여중생이 고등학생 44명에 의해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영화와 같이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여중생을 협박했다. 1년여간 이어진 성폭력은 여중생의 동생까지 끌어들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3명의 실형에 그쳤고, 여중생은 그 후 방황하다 행방불명됐다.

2009년 대검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44.3건, 시간당 1.8건의 미성년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미성년자의 수는 2005년 725명에서 2010년 2107명으로 180% 증가해 4대 강력 범죄 중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영화는 미성년 성범죄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생생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성폭행을 당한 은아는 자신의 몸이 더럽다는 생각에 두 시간이 넘도록 욕조에 몸을 담근다. 유림은 공황상태에 빠진 딸을 바라보기만 한다. 실제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심리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신적 회복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열악할뿐더러 이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정부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해자의 2차적 협박에 대한 법적 장치도 열악하다. 은아는 얼굴이 노출된 성폭행 영상의 존재 때문에 잇따른 성폭행을 강요받았고, 이는 피해자의 죽음에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현실에서도 영상 유포를 통한 협박과 폭력은 피해자의 신고를 막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방지할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 청소년에 대한 교화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아무런 교육 과정 없이 풀려난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또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영화는 미성년 성범죄 양산이 비단 가벼운 형량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에서 분노에 찬 유림의 눈은 부실한 사법 체계와 재발 방지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회제도, 모두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