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사과계열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창시절 12년 내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급식을 받아먹는다. 나 또한 그들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급식 먹을 때마다 항상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급식을 식판에 받아 자리에 앉은 후 수저를 든다. 보통의 경우 반찬은 3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속으로 오늘 나온 반찬에 대한 상대적 호감도 순서를 차례대로 정한다. 제일 맛좋은 반찬, 보통인 반찬, 셋 중 가장 맛없는 반찬.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딜레마가 찾아온다.
갈등하기 시작한다. 초반 러쉬를 통해 가장 맛좋은 반찬을 먼저 먹음으로써 후반에 배불러서 그 반찬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남겨버리는 비극을 모면하는 게 나에게 더 득일까. 아니면, 초반에 가장 맛좋은 반찬을 절제하며 남겨둔 채 나머지 반찬들을 일단 정리한 후, 이제 후반쯤 아까 남겨두었던 맛좋은 반찬을 마무리로 싹 깔끔하게 먹어서 기분 좋게 식사를 끝내는 것이 더 득일까.
모르겠다. 전자는 지금 당장의 만족도는 높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낮아져 마지막엔 가장 낮을 수 있다. 후자는 처음엔 절제하느라 신경도 쓰이고 상대적으로 맛없는 반찬 먹느라 만족도가 낮지만 그래도 맛좋은 반찬으로 아름답고 훈훈한 마무리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그냥 하루는 맛있는 거 먼저 먹고 다음 날은 맛있는 걸 나중에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게 더 나은지 잘 모르겠고 비교할 수 없어서 그랬다. 반찬은 매일 다르게 나와서 같은 반찬으로 동시에 해볼 기회가 없으니까.
그런데 시시해 보이는 이런 급식 반찬 이야기가 따지고 보면 우리네 삶 전체와도 얼핏 비슷해 보인다. 우리 삶에서도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선 잠시 잊고 현재에만 충실한 삶을 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내일 중요한 과제나 시험이 있지만 잠시 잊고 오늘 친구들과 재밌는 밤을 보내고 싶어서 놀 수도 있고, 내일 중요한 입사 면접이 있지만 잠시 잊고 오늘 앞으로 다신 오지 않을 대학생활의 마지막 동아리 공연을 갖기 위해 열심히 공연 연습을 할 수도 있다.
혹은 더 나은,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금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지금 당장 입시 공부를 하고, 더 나은 직장을 가기 위해 지금 당장 입사 준비를 하고, 그리고 더 나은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장 저축을 하는 일련의 것들이 바로 이런 것이다.
어느 것이 옳은가에 대해선 침묵하고 싶다. 어느 쪽이든 가치 있고 인생에서 정답은 없으니깐 말이다. 다만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신중히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한 번 선택했다면 선택 못한 다른 선택지에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생각 말고 자신이 선택한 그 길에 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해 즐기든 노력하든 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일 뿐이다. 급식은 하루 맛없게 먹었다고 끝이 아니고 내일 다른 반찬을 새로 받아 다시 먹으면 땡이지만 인생은 새로 다시 살 수 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