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영재 편집장 (ryuno7@skkuw.com)

 본지는 지난주에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표본이 대학생으로 한정돼있고 표본의 수도 많기에 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각 후보자의 청년 관련 정책들이 어느 후보의 정책인지 알 수 없도록 무기명으로 제시해 순수한 정책 선호도만 조사한 것이다. 결과 역시 지난주에 보도됐듯이 흥미로웠다. 후보자 지지율은 안철수가 1위인 반면 정책 지지율은 박근혜가 1위였다. 우선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도 재미있을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19일자 신문이 발행되기 하루 전, 모 일간지 기자로부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로 연락이 왔다. 블라인드 테스트 관련 설문 정보 전량을 제공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언뜻 불길한 마음이 엄습해 자료 전량을 제공하지는 않고 다음날 보도되는 학보 기사들을 참고하라는 답만 드렸다.
다음날 그 일간지를 조심스럽게 찾아봤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기사의 제목이 아주 뜨거웠다. “대학생 지지 ?安 1위? ? 청년공약 눈 가리고 테스트하니 ?朴 1위?”였다. 본지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부제목 중에서 “이중적 프리라이더(무임승차) 대학생들”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게 거슬렸다. 편집 과정에서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신문이 발행된 후에야 크게 후회했다. 편집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기사 원문에서는 또 다른 분석을 제시했기에 아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언뜻 보면 위와 같이 뜨거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대학생은 맹목적으로 보수 정당을 싫어하면서도 그 정당의 정책은 지지한다. 그러면서도 매스컴에서 나오는 안철수의 훈훈한 이미지에는 열광한다. 이렇게 보면 대학생들, 참 이중적이지 않은가?
조금 다른 시점에서 보자. 하나의 정책에는 수많은 학계 분석과 냉철한 판단력이 동원돼야 한다. 정책의 실현가능성, 현실성을 따지려면 정책 수립의 시작과 끝을 모두 관찰해야 한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제시한 ‘정책’은 어땠을까? 설문지에서 하나의 정책을 설명하는 문구는 길어야 50자였다. 50자 안에 어떤 구체성과 현실성을 담을 수 있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되겠다. 30~50자로 수식된 정책 대결에서 박근혜가 승리했다면, 박근혜가 보다 안정적인 수식어들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했다는 평가 이상을 내릴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설문이 아주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대학생들이 즉각적인 판단을 보류할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는 것, 그리고 모 일간지처럼 설문 결과를 평가하는 일방적인 시선이 바로 유의미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