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대신문
약 1만 5천 명. 무한 경쟁과 어떤 일이든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사람들의 숫자다. 이들 중 40~44세 비율이 최대다. 바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20대인 대학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 대학생이 누렸던 로망은 사라졌다. 1학년 때부터 학점을 걱정해야 하고 취업을 위해 학회와 아르바이트 등 ‘스펙’을 쌓아야 한다.
마포대교에선 최근 5년간 총 85명이 투신했고 이들 중 48명은 스틱스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마포대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부터 마교대교는 ‘생명의 다리’로 탈바꿈 했다.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공동 기획하고 제작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는 대교 난간에 쓰인 간드러진 글귀와 따스함이 느껴지는 전등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각자의 추억을 되살려 놓는다.
성대신문

대교 입구에 들어서니 마포대교라고 쓰인 돌상이 사람들을 향해 날개를 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람들을 반기는 듯했다. 마포대교 난간을 맨 처음 보았을 때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잘 보이지 않던 글자가 불쑥 나타나니 신기했나 보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대교 난간에 있는 전등에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어두웠던 글귀를 비추자 글자가 선명히 드러났다. 사람을 인식하는 센서가 어디에 있나 계속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포기했다.
글귀가 말을 걸어왔다. 마포대교에 오기 전 사진으로만 볼 때는 알 수 없던 느낌이다. 새겨진 문장은 서로 이어진 것도 있었고 이어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픔은’, ‘더 큰 아픔으로’, ‘잊는 법이니까요’라는 각각의 글귀는 하나의 문장으로 내 가슴 속에 박힌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인연이 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간은 ‘잘 지내지?’라며 안부도 함께 묻는다.
성대신문
그 물음에 지금 인생을 ‘잘 살고 있나?’라며 반문해봤다. 학생 기자이기 때문에 미친 듯이 바쁘다. 최근까지만 해도 그만두고 싶다고 투정부린 적도 있다. 하지만 기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장소에 올 수 있는 걸 보면 힘들지만 아직까진 괜찮게 살고 있다고 혼자 생각했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럴 때 있잖아요’, ‘모르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라며 문장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이나 걸어보라고 유혹한다. 지나가는 아리따운 여성에게 눈이 돌아갔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유혹이 무색해 진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나 보다. 아쉬운 마음에 난간에 대고 씩 하고 웃어 본다.
도시의 야경은 인간의 감성을 풍선 불 듯 부풀려 놨다. 마음이 붕 뜬 기분.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나 느끼던 감정이다. 바람이 앞머리를 들춘다. 넓은 이마가 한강을 향해 드러났다. 창피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사실 요즘 많이 힘들었다. 학생 기자가 해야만 하는 일들, 밀려있는 팀플, 기말고사 대비, 사람들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온 후엔 무언가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가 절로 고였다. 그 당시 기분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했다. 멋진 야경, 바람 그리고 글귀로 머릿속에 얽혀 있던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생명의 다리 마포대교. 총 길이 1400m의 생명의 다리를 가끔 선선한 바람을 쐬며 혼자 걸어보는 건 어떨까?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난간에는 글귀 외에 웃는 아이 사진도 있었다. / 성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