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전공 석사2기 임준성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쉿, 비밀이야 엄마는 앨범을 펼치는 걸 싫어해 우리 둘이 여기서 놀다간 걸 비밀로 해 주면 네 그림자가 찢긴 적이 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페이지가 넘어갈 때면 종이의 척추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지 너는 작고 가벼우니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좋아 이 곳은 둥글게 말린 너의 공간

해가 질 때마다 네가 하는 일은 빈 집을 찾아 스며드는 것 그 안에 누워 부드러운 직선에 대해 생각한다 어제는 집 나간 개가 돌아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지 너는 신새벽의 진통을 지켜보면서도 새끼들의 아버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저 네가 할 수 있는 건 저녁 무렵에만 눈을 떠야겠다는 다짐 죽은 듯이 잠이 들 수 있는 건 어제 죽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는데 피부의 바깥으로 자꾸 뼈마디가 자라나는 걸 어느 시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눈을 뜨지 않은 새끼 한 마리를 막다른 골목에 버리고 돌아오며 네가 길 위에서 날개를 떼어내 오랜 울음으로 타전을 보낸다 꿈을 이야기 하는 동안은 내가 옆에 있어줄게 문고리를 양 손에 쥐고 네가 그림자를 쓰다듬다 잠이 든다.

종이는 언제나 정직하게 몸을 포개고 있어 꼭 그래야 한다는 듯이 늘 그 곳에 있어야 한다는 듯이 그래서 너는 이 곳이 좋다고 했지 바늘귀에 실을 꿰며 밤새 흐느끼던 너의 울음소리를 기억해 달이 이울 때까지 네가 기우다 떠난 그림자가 문득 서러워질 때 나는 잠든 너의 꿈속으로 젖은 내 몸을 나르다 그 검은 공간이 평생 마르지 않을 거라는걸 알았어 그래서 나는 지금의 너를,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