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 방송가에서 유행하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심사위원들이 출연자의 나쁜 습관을 지적하여 탈락시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 노래할 때 끝음을 흘려버리는 습관, 발성과 음정은 부정확하면서 기교로 포장하는 습관, 자기 목소리는 없고 다른 가수의 흉내 내기에 빠져있는 습관 같은 것이다. 노래처럼 시 창작에도 나쁜 습관이 있다. 올해 성대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에서도 몇 가지의 나쁜 습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가 주관적인 고백의 장르이기는 하지만 마치 일기 쓰듯이 일상의 넋두리를 펼쳐놓는 습관, 비유들을 조합하면 시가 된다는 듯이 서로 맥락이 닿지 않는 비유들이나 상투적인 비유들을 짜깁기하는 습관,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길어올리지 않은 표피적인 성찰과 감상을 시의 정서로 착각하는 습관, 삶에 대한 교훈적인 태도나 엄숙주의를 시의 건강성과 혼동하는 습관 등이 그것이다. 이런 나쁜 습관들은 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창작할 때 잘못 몸에 밴 것이기도 하다. 쉽게 고치기는 어렵지만,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들이다.
당선작으로는 비교적 나쁜 습관이 적은 시들을 선정하였다. 굿바이 피터팬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였다. 산문시의 특징을 살려서 일상의 언어와 시적 언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제재와 상상력, 비유와 비유 사이를 촘촘하게 엮어내는 솜씨, 다양한 문체들이 빚어내는 리듬감 등이 뛰어났다. 시인으로서 주목할 만한 자질이다. 다만 2연에 얼마간 상투적이고 작위적인 경향이 나타난 점은 아쉽다. 정직한 스물한 살은 시적 성취보다는 내면의 진정성에 주목했다. 비록 시의 언어와 비유들이 소박하고 세련되지 않았지만, 이 시대의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이 겪어야 하는 고민과 아픔을 정직하게 표현하려 애썼다는 점을 높이 샀다. 묵념은 내면의 의식과 현실이 갈등하고 충돌하는 지점을 시의 영토로 삼은 점에 주목했다. 그렇지만 시의 언어와 비유, 상상력이 자연스럽지 않고 작위적인 점은 앞으로 경계해서 고쳐야할 것이다. 이외에도, 시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지만 부분적으로 번뜩이는 면모를 보인 시들이 꽤 있었다.
삶의 모든 것이 실용성과 교환가치로 평가되는 이 시대에, 시를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생각해본다. ‘아픈 청춘’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힘겨운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가위 눌리면서도 시를 쓰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마음 깊이 존중과 지지를 보낸다. 더불어, 상품과 일상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자유를 꿈꾸는 상상력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직한 시선, 삶에 뿌리를 내린 단단하고 거침없는 시의 언어들이 오늘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