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자원 공유하는 협력적 소비 / 경제적·환경적 대안으로 대두돼

기자명 김기진 기자 (skkujin@skkuw.com)

지난 9월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설명회를 통해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했다. 박 시장은 "도시화로 실종된 오랜 전통의 공유문화를 회복해 서울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공유경제를 다룬 책 『빅 스몰』의 저자 김상훈 작가는 박 시장의 선언을 "기존 제도의 시각으로 새 비즈니스를 막기보다, 새로운 변화에 맞는 형식으로 공유경제에 우호적인 행정을 펼쳐 보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의 변화를 이끌어낼 공유경제란 무엇일까, 어떤 매력이 박 시장을 사로잡았을까.

 

 

 

 

 

 

 

 

 

 

 

공유경제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일컫는다. 협력 소비의 실행 방법은 자신의 잉여 자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싼값에 빌려주고, 필요할 때는 남에게 빌려 쓰는 것이다. 미국의 카셰어링 업체 Zipcar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하루 단위로 대여해주는 일반 렌터카 서비스와 달리 Zipcar는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준다. 차의 주인은 차가 필요 없을 때 대여해주고 이용료를 받는다. 차를 빌리고 싶은 사람은 웹사이트에 들어가 근처에 이용되지 않는 차를 예약해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하면 된다. 이처럼 공유는 ‘사유’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자원의 효용을 극대화한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단어는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원래는 저작권과 같은 디지털 재화의 분배를 뜻하는 단어였지만 오프라인 재화의 공유를 의미하는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개념과 혼재되면서 그 경계는 모호해진 상태다. 2000년대 중반 태동한 공유경제는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의 특성에 더해 ‘나눔’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어 많은 벤처 사업가의 구미를 당겼다. 이후 생겨난 많은 공유 벤처는 연일 성공담을 써내려갔고 공유경제는 이미 많은 모순이 발견된 무한경쟁 시장체제의 차세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공유경제는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의 방을 빌려 하루 정도 묵는 것은 예삿일이다. 공유경제의 태동은 이런 공동체 문화를 시장 경제에 적용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세계를 뒤덮은 경제 침체 속에 저렴한 가격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였고, ‘생산 없는 소비’라는 특징 덕에 환경 보전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훌륭한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10개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를 선정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젖어 있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유경제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세계적으로 수많은 공유 벤처가 운영되고 있다. 공유경제형 대출 시장인 소셜 렌딩(Social lending)은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출 거래를 한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대출 금액과 금리를 제시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대출 조건을 선택하는 식이다. 이는 신용 등급에 막혀 대출 금액이 제한이 많은 서민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잡일을 해주는 등 노동을 공유하는 Taskrabbit, 도시 텃밭을 빌려주는 Landshare 등 참신한 공유경제 모델이 실현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보급과 SNS의 발달을 공유경제 발전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경제 주체 간의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상호 간의 수요를 직접 파악할 수 있게 됐고, 공유를 위한 비용은 거의 무료에 수렴할 정도다. 대규모 자본의 거대한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아도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미국의 공유경제형 숙박중개업체 Airbnb(에어비앤비)에는 192개국 3만 2000여 도시의 숙박 시설이 등록돼 있다. 집주인은 남는 방을 내놔 돈을 벌 수 있고, 여행자는 세계 곳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 인터넷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약점이라고 꼽히는 신뢰도의 문제도 촘촘한 네트워크망을 통해 해결된다. 온라인에서의 평판은 결국 그 사람의 신용으로 자리 잡아 사용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게 된다. 김상훈 작가는 “온라인에서의 누적된 활동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이미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공유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유경제가 시작되고 있으니 이 신기한 ‘나눔의 경제’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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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처에 있는 잉여 차량을 검색해 / ⓒzipcar
▲ 2. 차종을 선택하고 / ⓒzipcar
▲ 3.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차를 이용한다. / ⓒaksea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