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협 필요성엔 공감, 설립엔 공감 못해?
대학 생협 필요성엔 공감, 설립엔 공감 못해?
  • 나영인 기자
  • 승인 2012.12.06 02:21
  • 호수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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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치 강화와 대학 물가 안정이 장점 / 비협조적 학교와 무관심한 학생으로 설립 난항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달부터 새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다. 기존 법에서는 협동조합 설립 시 조합원 300명에 3000만 원 이상의 출자금이 필요했지만, 새 법이 발효되면 출자금 제한 없이 조합원 5명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해진다. 협동조합 설립 장벽은 완화됐지만, 대학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설립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 생협 설립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김지은 기자 kimji@
대학 생협은 학내 구성원들이 대학 안에서 합리적 소비생활과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생협의 조합원으로서 매점, 학생 식당과 같은 시설을 출자하고 운영하며 이용한다. 현재 30개 대학 생협 중 충남대, 전남대 등 8개의 대학 생협이 최근 2년 사이에 생기는 등 활성화되는 듯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7월 대학 생협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세종대 생협은 학교의 건물 명도 소송으로 강제 철거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또 동국대, 한양대 등 5개 대학 역시 설립이 좌절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서강대에서는 생협 설립 움직임이 한창이다. 서강대 총학생회 와락은 선거운동 당시 생협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직후 꾸린 생협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 열린 전학대회에서 특별자치기구로 인준 받았으며, 현재는 일주일에 두 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 생협추진위원회 오정택 씨는 “생협은 학생자치와 캠퍼스 물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생협은 조합원이 운영 방식을 결정할 수 있으며, 수익이 장학금과 같은 학생 복지에 쓰인다는 점에서 학생자치에 도움이 된다. 또 생협 내 시설들이 원자재를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캠퍼스 물가를 낮출 수 있다. 이와 같은 생협의 이점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에 생협을 설립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서강대 생협추진위원회 오정택 씨 / ⓒ오정택 제공

서강대에는 우리 학교 학생복지위원회와 같이 학교가 인준한 후생복지위원회가 수익사업을 진행하며 이익의 일부를 학생 복지에 쓰고 있다. 대학은 학교 내 시설을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생협 설립에 협조적이지 않다. 또 생협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도 설립 추진의 걸림돌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서강대 생협추진위원회는 학우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년 새내기 배움터에서 진행할 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홍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자료 조사를 통해 생협이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학생 복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정택 씨는 “대학 생협이 자본의 논리로 흘러가는 생산과정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생협이 파편화된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생협이 언제 즈음 설립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빨라야 2년 뒤일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생협이 설립된다고 해도 매점 하나, 혹은 공대 실험복 간이매점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외부업체가 차지한 학내 공간이 20년이 지나서야 학교 소유로 상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협 설립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생협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올해 인사캠 총학생회는 수선관과 국제관에 생협 카페를 설치하겠다던 공약을 중도에 수정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강이삭(경영05) 인사캠 총학생회장은 “생협이 비리가 많아서 대학가에서 점점 없어지는 추세”라며 외부업체를 통한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했었다. 학생회관 카페에는 중소기업 사업자가 들어올 계획이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는 생협이 존재한 적도 없고 이에 대해 학우들이 문의해 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생협 설립을 향한 서강대의 움직임은 결국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또 우리 학교는 과연 생협의 싹을 틔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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