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본사 둔 재능교육지부,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 부끄러운 기록 눈앞에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지난 1일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우리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혜화동 로터리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혜화 경찰서. 그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재능교육 본사가 나온다. 금요일 오전 11시면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비가 오던 지난주 금요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집회에 참여한 열댓 명의 사람들은 우비를 쓴 채 열을 지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재능교육 사측에 △노조 인정 △단체 협약 원상 복귀 △해고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기 위해 재능교육 해고근로자들은 여섯 해가 넘게 혜화동을 찾고 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2007년 11월의 일이다. 원칙상 매년 체결해야 할 단체 협약(이하 단협)을 3년 만에 이뤄낸 2004년, 학습지 교사들은 안정적인 기본임금 체계를 가진 기존보다 상향된 조건의 협약을 받아냈다. 그러나 단협 의무 기간이 끝난 2007년에 기존의 임금제도를 뒤엎는 협약이 노조 집행부의 동의로 체결되면서 학습지 교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100만 원까지 삭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의 노조원들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사측과 재계약함으로써 노조원들을 기만한 노조 집행부를 사퇴시키고, 그 해 11월에 비대위를 구성해 유명자 지부장을 선출했다. 그렇게 근 6년간의 기나긴 투쟁이 시작됐다.

재능투쟁의 가장 큰 쟁점은 노조 인정 여부다. 단체 협약 원상 복귀와 해고자 전원 복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학습지 교사의 지위에 기인한다.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학습지 교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기본권 △근로기준법 △4대 보험에서 배제돼있고, 결과적으로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는 처지다. 그러나 재능교육지부 측에서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1999년에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았고 매년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는데, 2007년부터 갑자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작년 8월 28일, 사측은 최종안을 발표해 해고자 11명을 전원 복귀하고 단체교섭을 다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노조에서 주장해왔던 △단체 협약 원상 회복 △해고자에 대한 피해보상 △투쟁 도중 숨진 해고근로자의 명예복직은 빠진 채였다. 재능교육 노조 측은 기존의 단체 협약을 원상 복귀하고 노조를 인정받는 것이 요점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복귀와 기약 없는 단체교섭만을 약속한 최종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능교육지부는 오는 26일부로 기륭전자분회의 1895일 투쟁 일수를 넘겨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중 최장기 투쟁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은 단식과 삭발을 감행했고, 해고근로자들은 혜화동 재능교육 본부 앞에서는 매주 집회를 열고 시청사옥 앞에서는 날마다 텐트 농성을 벌여왔다. 유 지부장은 “최장기 투쟁 기록을 넘기지 말자고 얘기해 왔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요구가 쟁취되지 않는다면 최장 기록을 넘겨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