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정외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상황을 하나 떠올려보자. 우리는 지금 동성 친구 다섯 명과 클럽에 있고, 맞은편에는 이성으로만 구성된 다섯 명이 있다. 맞은편 이성 중 한 명이 눈에 띄게 매력적인 이성이고, 나머지 넷은 그냥 평범한 이성이다. 운 좋게 합석에 성공했다. 우리는 당연히 다른 네 명의 이성보다는 한 명의 매력적인 이성에게 좀 더 잘 해줬고, 결국 우리의 편애에 화가 난 상대들은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우리는 아쉬워하며 클럽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헌팅’ 혹은 ‘부킹’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아쉬워하며 ‘다음엔 잘 되겠지’하고 넘어갈 일에서, 뛰어난 이론을 발견해낸 수학자가 있다. 바로 존 내시(John F. Nash, 1928~)다. 그는 1949년, 우리가 흔히 아는 게임 이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내시 균형’을 발견하여 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떠오른다. 그러나 40년이 더 지난, 1994년이 되어서야 노벨경제학상을 받는다. 오늘 소개할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이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그린 영화다.

존 내시는 왜 94년이 되어서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가 앓고 있는 ‘정신분열증’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과대망상증’이라고 나오기도 하는 그의 병세는, 실제로 있지도 않은 허구의 인물들을 만들어내어 그들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고,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의 병세는 처음에는 친구를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악화된다.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고, 퇴원 이후에도 또 망상증에 시달리기도 하는 등, 병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그는 노년이 다 되어서야 병세를 극복하고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가 되고, 노벨상을 받기에 이른다.

영화는 존 내시의 삶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내시 균형’을 발견하는 상황이나, 온갖 일상적인 일들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망상 속 인물들과 벌이는 드라마틱한 사건들까지, 때론 한 편의 서스펜스 물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있다. 게다가, 지금도 함께 프린스턴 교정을 거닌다는 그의 아내, 엘리샤 내시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훈훈한 감동까지 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

망상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도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뼛속까지 천재 수학자인 존 내시를 그려내는 영화 속 장면을 볼 때, “약간의 광기도 없는 위대한 천재란 있을 수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 떠오르며, 천재와 광기의 필연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겨울방학, ‘천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하는 독자라면 잠시 시간을 내서 영화 한 편 감상하심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