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 유학동양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 문자로 알려져 있다. 상형에만 너무 매달리면 한자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호오의 감정은 딱히 무엇을 본뜬 글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好) 자를 보면 나는 무릎을 치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막히게 글자를 만들었을까 감탄하게 된다. 글자는 엄마와 아이 또는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는 '여자 여'자와 '자식 자'자로 되어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눈에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금방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가 방에 있다가 부엌으로 간 짧은 시간에도 아이는 불안해한다. 엄마가 방으로 오면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방긋 웃는다. 사랑을 시작한 연인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되면 동선을 쭉 꿰고 있으면서도 통화, 문자, 카톡으로 “지금 어디냐?”, “무얼 하느냐?”라고 확인하며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처럼 엄마와 아이, 여성과 남성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러한 특성을 한자 호(好) 자는 참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호'자를 글로 쓸 때 '여'자와 '자'자를 꼭 붙이지 않고 조금이라고 벌이게 되면 잘못 쓴 것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한자를 만든 사람은 사랑도 해보고 아이를 길러본 사람이리라 생각이 든다.

공자도 이러한 '호'자의 특성을 제대로 포착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당시 사회는 성공, 출세, 부 등 세속적 욕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공자도 그러한 욕망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세속적 욕망을 이치에 맞게 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자는 자신이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리를 지키면서 부를 추구하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가겠다”면서 종오소호(從吾所好)를 말했다. 공자도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을 가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자신에게서 조금이라도 떼어놓을 수 없다. 아무리 힘이 들고 괴롭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좋아하는 것이 함께 있기를 바란다. 아이도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기 위해서 먹는 것을 마다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면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일이 줄어들게 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학교의 생활 주기로 보면 2월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 3월에 개학하게 된다. 고3 또는 재수의 힘든 시간을 보낸 예비 대학생과 재학생은 각자 방학 중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을 온 뒤에 길게 3~4년 동안 진로를 두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대학은 누가 무엇을 하도록 챙겨주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서 하는 곳이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시간은 정말 속절없이 흘러가게 된다. 가장 해맑고 희망에 부풀어있을 나이에 가장 우울하고 어깨가 축 쳐져있게 된다. 그래서 2월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만나는 발견과 대면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취업 뒤가 아니라 대학 생활이 바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3월이 되면 대학생이 될 딸에게 지금 다음을 말하고 싶다.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전공으로 선택해서 힘겹게 노력하여 대학에 가는 만큼 이제부터 네가 하고 싶은 것에 너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라!”

 

 

신정근 유학동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