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 지난달 30일 학생대표들이 모여 학생자치에 관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1월 30일 서울의 한 세미나 룸에서 4인의 학생자치위원을 만났다. 대학에 입학한지 갓 일 년이 넘은 필자는 머리를 칼처럼 빗어 넘긴 직장인 스타일의 고학번생들을 상상했다. 막상 만나보니 그들은 고학번이라는 것 빼고는 상상과 일치점이 없었다. 평소 생각하던 학생자치위원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출마한 이유
법대 :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학교보다 학생이 우선돼야한다는 강박관념보다, 나라도 나서서 학우들이 좋은 분위기 아래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이었다.
자과대 : 그 동안은 학생회가 뭘 하는 곳인지 모르고 학생회에 바라는 것만 많았다. 그러다가 작년에 자과대 학생회에 참여하면서 학생회 임원이라는 자리에서 학생들을 위해서 펼쳐 보이고 싶은 바가 생겨 출마하게 됐다.
동연 : 동아리 회장을 하며 부족하다고 느꼈던 동아리에 대한 지원을 개선하고 싶었다.
사과대 : 사과대 내의 △폐쇄적인 소통구조 △낙후된 시설 △열악한 수업권 등을 개선하고 싶었다.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요즘 자금이나 대표성 없이 비전 하나로 운영되는 단체가 많은데 학생회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여러 관점을 제시하다 보면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생각

▲ 사회과학대 회장 성세운(행정08)

법대 :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보다도 어떤 학생회가 어떤 비전을 갖고 나와도 일단 불신 받게 되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너네끼리 해 먹는다’는 공감대도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 학우들은 학생회에 관심이 없고 몇 해째 학생회 했던 사람이 또 나오는 게 사실이다.
동연 : 공감한다, 기본적으로 불신의 문제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 되면 차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로 학생회의 부패에 대한 의심이 많다. 한편 학생자치에 무관심한 학생들은 선거가 어떻게 되든 본인 생활에 변화를 느끼지 못해 관심이 없다. 커피 같은 기념품도 없으면 투표율이 50%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과대 : 이번 선거를 하면서 절감했던 것이 학우들이 교내활동보다는 개인적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시간이 점점 늘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수학과나 물리학과 같은 경우는 복수전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인사캠에서 수업을 듣는 일이 잦다. 인원이 양캠으로 분리되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단대 행사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사과대 :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학내 문제에 관심이 적어지는 것도 시대적인 흐름이다. 그렇지만 앞선 대답처럼 학생회가 나랑 상관없다는 생각이나 신뢰도 문제가 제일 크다. 학생회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거기서 나오는 거리감이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주변 친구들에게 학생회 일을 함께하자고 이야기를 하면 좀 꺼려하는데, 인식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불신으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할 뿐 아니라 학생회 운영 자체가 힘들다.

▲ 법학대 회장 박성찬(법08)
투표 기념품에 대한 생각
사과대 : 정도의 문제다. 학생회 투표의 목적이 훼손될 정도로 지나치게 큰 액수가 투입된다거나 많은 기념품을 준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현실적으로 용인해야 한다.
동연 :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일부러 찾아와서 투표하지는 않는다. 지나가면서 투표소의 줄이 길면 그냥 지나가게 된다. 선물은 기다리는 부분에 대한 보상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지나치지만 않으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사과대 : 기념품을 주기 때문에 투표를 한다고 가정해버릴 경우 소신껏 투표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준을 그 정도로 낮추지 말고 합리성의 기준에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성대올레의 ‘정치하지 않겠다’에 대한 생각
사과대 : 학생회는 명백한 정치 집단이다. 투표를 통해 구성되고 회칙에 따라 운영된다. 또한 운영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하는 것을 볼 때 기본적인 정치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학생회와 학교가 등록금 협상을 할 때 총학생회는 전문성에서의 열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인’ 행동들을 한다. 기자회견을 열거나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아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들 말이다.
자과대 : 말 그대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나온 말 같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소모적인 다툼만 반복하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과대 : ‘정치하지 않겠다’는 문구보다는 ‘정치 잘 하겠다’정도의 문구가 좋았을 것 같다. 국가에서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다고 해서 정치를 해체시킬 수는 없다. 학생회의 거의 모든 행위가 포괄적인 의미에서 정치로 여겨지는 만큼 신중한 문구 선택이 필요한 것 같다.

학생회의 역할은 어디까지?

▲ 동아리연합회 회장 이민준(고분자08)

법대 : 단과대 회장은 단과대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다. 우선은 단과대 학우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부터 신경 쓴 후에 사회현상과 국가정책 등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단대 같은 경우 09학년도부터 신입생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 재학생들에 대한 편의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헌내기 다시배움터라는 프로그램을 짜 학생들 간 단합을 도모하고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을 초청해 진로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회의 사회참여는 학생들과 관련된 사안에 한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과대 : 학생회의 역할을 일정한 틀 안에 규정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학생회의 성격을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나누곤 하는데 기준도 모호하고 정작 학생들은 관심이 없다. 결과적으로 학생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정책공약집을 보고 마음에 드는 선본을 뽑는 것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자연과학대 회장 김세동(생명10)
본인들에게 학생자치란?
동연 : 학생이 학교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말로만 학교의 주인인 경우에는 학생에게 아쉬운 일이 자꾸 생긴다. 자신들의 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반응해 권리를 늘려가야 한다.
자과대 : 학생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한 번쯤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
법대 : 학교에게 권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학생자치는 정해진 그릇에 물을 채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릇의 크기를 쉽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 크기에 가깝게 물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3을 원했을 때 3을 채워야 정당한데 2만 채워졌을 때에는 더 담기위해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게 할 뿐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에 있어서 집중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사과대 :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회칙이 너무 간략해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회칙을 좀 더 명확하게 해 불투명한 학생회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씻어내고 싶다.

특집팀
대담 사회 : 김태형 기자(팀장) xogud246@skkuw.com
대담 서기 : 이유진 기자 bejust16@
대담 사진, 정리 : 김신애 기자 zooly24@
나영인 기자 nanana26@
신혜연 기자 sh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