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아픈 것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요, 아프지 않은 것은 통하기 때문이다.”(동의보감)

동의보감 속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국소적이지 않다. 개인의 질병을 넘어서 사회에 만연한 병폐 역시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와 대학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둘러싼 논란은 현 사회에 만연한 불통 현상을 방증한다.

그들은 광장이 아닌 밀실을 택했다. 박 당선인은 최근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신상 털기’, ‘죄인 심문’이라 비판했다. 이는 곧 검증 방식의 이원화 요구로 이어졌다. 신상 측면은 비공개적으로, 정책 측면은 공개적으로 검증하자는 것이다. 이중 잣대의 아이러니는 불통을 넘어 불신을 초래했다. 일각에선 신상과 정책의 차별화된 검증을 요구하는 박 대통령 당선인의 태도가 과거와 사뭇 대비된다고 비판한다. 야당일 때 ‘예외 없는 철저한 검증’을 외치던 모습을 여당이 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등심위 역시 폐쇄적이었다. 학교위원과 학생 위원에게 공문을 통해 등심위 참관을 요청했던 학내 언론3사(△성대신문사 △성균타임즈 △성대방송국)는 이를 거절당했다. 공식적인 등심위 서기록 역시 즉각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7차 등심위에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표방하며 간사 없이 회의가 진행됐다.

불통과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프다. 박 당선인이 지명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 속에서 며칠 만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혹자는 이를 ‘밀봉인사의 비극’이라 일컫는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졌다. 밀실에서 진행되는 등심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같은 맥락에서다.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힐링’으로서 소통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시스템적 검증 요구는 여전히 거세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일부 사립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은 박 당선인과의 소통의 자리를 요청하고 있다. 박 당선인으로부터 한 차례 면담을 거절당한 이후에도 그들은 1인 릴레이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밀실' 등심위를 벗어난 새로운 '광장'에서 등록금 담론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장두노미(藏頭露尾,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 천하에 드러나 있다)-엄이도종(掩耳盜鐘, 나쁜 일을 하고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지난 3년(2010 ~ 2012)간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당해의 사자성어다. 근 몇 년간 불통에서 촉발된 불신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 소통을 통한 힐링이 절실한 때다.


 

정지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