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소비자가족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여행 좋아하나요?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나요? 모든 여행일정이 전문가에 의해 짜인 패키지여행을 좋아하나요?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여행일정을 설정하는 배낭여행을 좋아하나요? 패키지여행을 하자니 타율적이라서 맘에 안 드나요? 그렇지만 전문가의 추천이니 필수적인 여행지를 놓치지는 않겠지요. 배낭여행을 하자니 스스로 미지(未知)의 곳에 부딪쳐야 하니 불안하나요? 그렇지만 원하는 곳에 자유로이 머무를 수 있어 그곳에 대한 나만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겠지요. 패키지여행은 패키지여행대로, 배낭여행은 배낭여행대로 각각의 장점이 있답니다. 두 가지의 장점을 취할 수 있도록 여행을 계획하고 적극 실행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학 기간의 지적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과 교수님들의 안내를 받아 전공 공부를 하는 것이 패키지여행이라면, 그 이외의 관심영역 공부는 배낭여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패키지여행에 해당하는 전공 교과과정 이수는 학과의 안내를 받아 충실하게 이행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배낭여행에 해당하는 자신만의 관심영역은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나 자신의 관심영역이 무엇인지를 적극 탐색하는 의지도 필요하고, 영역이 결정되면 그 영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가기 위한 의지는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통제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해야 하므로 자신의 부단한 의지가 더 필요하지요. 자율은 자칫 나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의 영역은 더 깊이 있는 전공 탐색일 수도 있고, 제2전공이 될 수도 있고, 인문적인 소양을 쌓는 고전 읽기 오거서(五車書)일 수도 있고,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탐색일 수도 있고, 가족과 같은 보편적 제도에 대한 견해 정립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것저것 조금씩 다방면의 지식을 맛볼 수도 있고….
학업생활이 거의 전부였던 고등학교에서 벗어나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는데, 또다시 학업과 유사한 지적 탐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아 거부감이 드나요? 그렇다면 시간을 계산해 봅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거의 정설처럼 알려졌지요. 이 견해에 근거해, 4년 동안에 1만 시간을 확보하려면 하루 7시간 정도(1만 시간÷4년÷365일)면 됩니다. 지나간 고등학생 때의 학업 시간, 앞으로 직장인으로서의 근무시간에 비하면 7시간은 많은 시간이 아니지요. 대학생활의 주요과업은 지적 탐구여야 하니까 지적 활동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대학 재학 중 하루 7시간 이상씩 전공영역에서의 패키지여행과 관심영역에서의 배낭여행이라는 지적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김순옥(소비자가족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