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성(통계10)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첫 만남부터 우리는 맞지 않았습니다. 2010년 힘든 재수생활 끝에 합격한 대학. 똑같은 빵틀에 박혀 구워져 나온 것 같은 중등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 원하는 캠퍼스라이프를 만들 수 있다는 야망 아닌 희망.
하지만 이 원대한 꿈은 수강신청이라는 놈과 마주한 순간부터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를 들으려면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돈을 더 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더 잘생겨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중요한 건 10초도 안 되는 시간 내에 누구의 마우스 클릭이 더 빠르고 정확한가다. 이렇게 한 학기의 캠퍼스라이프는 클릭 한 번으로 잔인하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타 대학과는 다르게 우리 학교는 2학기의 수강신청까지 일 년에 한번 몰아쳐서 해결합니다. 무슨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수강신청 날에 책가방이 빵빵해지라고 선농제라도 지내야 1년을 풍족히 학교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2학기 강의도 동시에 신청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수강신청에 대한 안내도 부족합니다. 2년간 남자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제게 수강신청은 마치 갓 입학한 새내기 여학생이 멋진 복학생 선배를 봤을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강신청 시스템은 2년간 학업과 관련된 모든 것에 손을 떼고 있던 제게 큰 낭패를 안겼고, 재학생도 이런데 신입생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강신청을 처음 접하는, 또는 오랜만에 접해 가물가물한 사람들을 위해 상설된 가이드나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건 전공수업 부분이었습니다. 처음 전공수업을 듣게 돼 비 맞는 봄 처녀처럼 신이 났던 저는 2학기 때 전공을 하나밖에 못 듣게 생겼습니다. 2학기 때 개설된 전공 중에서 2학년용은 단 세 개. 이마저도 통계학과생들을 감당할 수 없는 미약한 숫자고 복수전공생까지 고려한다면 인원을 두 배로 늘려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전공을 배우고 싶어 복학한 건데 교양만 듣다 집에 갈 것 같습니다. 공부에 메마른 학생들을 배려해 좀 더 합리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윤성(통계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