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혜화 스케치

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naver.com)

▲ '홍대텃밭다리'팀이 마르쉐@혜화를 찾은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신애 기자 zooly24@
입구가 가까워지자 고소한 스파게티 소스 냄새가 코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를 훌쩍 넘긴 오후 12시에 도착한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앞마당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모두 도시형 먹거리 장터 ‘마르쉐@’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지난 9일에 5회째를 맞은 마르쉐@를 직접 방문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마르쉐@는 ‘문래동 텃밭’과 ‘홍대텃밭다리’ 등을 기획했던 여성환경연대 이보은 씨와 유기농 카페 ‘수카라’ 김수향 대표의 작품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지진을 경험하면서 내가 먹는 것의 출처와 먹거리가 나에게 오는 과정을 알아야겠다고 느꼈다. 때마침 직접 텃밭에서 수확한 생산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찾던 이 씨를 만났다. 그 결과 생산자가 직접 판매를 하는 지금의 마르쉐@가 등장했다.
마르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장에서 만나 직접 거래한다는 점에서 일반 시장과 다르다.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를 만나 신뢰를 바탕으로 먹거리를 구매하게 하자는 것이 마르쉐@의 취지다. 이날은 총 40여 개의 팀이 참가했다. 이보은 씨는 마르쉐@에 참여하기 위해서 “생산자는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장터가 운영되는 내내 소비자와 생산자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생산자들은 물건을 팔아 이익을 보기보다는 자신의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했다. 1+1행사, 특별세일 등 상업적인 마케팅으로 가득한 기존의 시장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마르쉐@는 각종 상품이 잔뜩 진열된 마트가 아닌 사람과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공간으로 다가왔다.
▲ 통단팥쑥머핀과 한라봉아몬드.
장터를 돌아다니다 보니 다양하고 독특한 참가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여성환경연대와 초록상상은 해바라기 씨앗을 호떡 위에 올려 팔고 있었다. “해바라기는 탈핵을 상징해요.” 그들은 호떡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핵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마르쉐@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홍대텃밭다리’의 유은영 씨는 젊은이들에게 직접 요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자연요리를 선보이려 나왔다. 이 밖에도 △천예향 △통단팥쑥머핀 △한라봉아몬드 등 특이한 먹거리들도 많았다. 하지만 마르쉐@에 먹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홍성에서 올라온 홍성여성인농업센터는 면 생리대를 홍보하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는 여성 건강에 좋지 않다”며 애인에게 하나 사 주라고 권했다. 20 ~ 30대 농사짓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파릇한 절믄이’는 모종 만들기 체험 상품을 가지고 나왔다. 파릇한 절믄이의 나혜란 대표는 “가공된 제품만 사는 도시민들에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르쉐@에 참여한 모든 생산자는 자신의 제품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이것을 가지고 왔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제품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날 마르쉐@에서는 갖가지 제품들과 함께 저마다의 이야기가 팔려 나갔다. 다음 달에는 어떤 이들이 마르쉐@에서 무슨 이야기를 가져갈지 벌써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