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이음 책방의 입구/ 김신애 기자 zooly24@

▲ 이음에서 판매되는 '공장'의 친환경 제품들./ 김신애 기자 zooly24@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이어지는 등굣길. 무심코 발을 내딛던 관성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발길을 틀면 열 걸음 이내에 자리 잡은 ‘이음책방’을 만날 수 있다. 용기 내 내디딘 걸음이건만, 겨우 만난 책방지기의 첫인상은 다소 쌀쌀맞을지도 모른다. “000책 있나요?” “다 나갔습니다.” 무뚝뚝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상처를 받고 돌아서 버린다면 당신은 이음의 진가를 보지 못한 것. 작은 서점을 절판된 책들의 창고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에 책방지기는 한없이 차가웠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본 이음은 더없이 따뜻한 서점이다. 2009년 12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이음은 시민단체 ‘나와우리’ 사무국장인 조진석씨가 대표로 나서 되살린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나와우리’는 △베트남전쟁 피해자 △이주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은 사회 소수자를 돕는 국제 평화 단체다. 대형 서점들조차 부침을 겪는 와중에 그나마 수익을 보장하는 참고서류도 팔지 않으면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비영리 시민단체가 운영한 덕분에 이음의 중심에는 이윤 추구가 아닌 나눔과 이야기가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이음은 정기적인 후원금을 받는 뿌리 회원제로 운영되며 서점의 수익금 전액은 나와우리를 비롯한 시민단체에 기부된다. 
이음으로 이어진 사람들 역시 이음을 한층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다. 자원 활동가로 활동해 온 권영은 씨는 이음의 매력을 사람들 간의 ‘이음’에서 찾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음의 분위기는 그의 표현대로 “사람도 이어주고 생각도 이어주는” 이음의 공간이다. 이지혜(교육11)학우 역시 이음이 제공한 다양한 만남을 만족스러워했다. △서점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모임에 참여하기 △출판사와 조합원들에게 책 배달을 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일 △파주 출판단지의 다른 서점으로 견학 가기 등 이음 구성원으로서 겪은 새로운 경험들은 이음 인터넷 카페의 ‘이음 일지’란에 가득 쌓여있다.
이음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판매하는 장소에서 나아가 하나의 메시지를 제시하고 시민들과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날마다 진행되는 세미나와 갤러리 역시 메시지의 일부다. 현재 △녹색평론스터디 △논어완전정독 △레미제라블 읽기모임 등 8개가량의 세미나가 진행 중이며, 이는 자신의 존재와 자신 둘레의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갤러리 전시는 서점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며 매번 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조 대표는 “공공 공간이기 때문에 공공 이익을 고민하는 예술을 걸어둔다”고 전했다. 이음에서는 전시 장소를 무료로 대관해 줄 뿐만 아니라 서점 수익금으로 취지가 좋은 작품 활동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지난주에 시작해 앞으로 한 달간 진행되는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전시는 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고 떠올린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정무역 커피 △독립잡지 △생협에서 산 천연 차 △유기농 쿠키 △친환경 공산품 등을 판매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음에서 판매하는 상품 하나하나에는 전부 이음이 추구하는 가치가 깃들어있다. 조 대표는 “열심히 만든 상품을 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원가가 낮은 제품을 팔면 이익을 많이 거둘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원가가 높은 제품을 들여와 판다. 여기서 그것을 파는 게 공익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음은 △아르바이트 2명 △일반 회원 6500명 △자원봉사자 10명의 규모로 처음에 천오백 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3년 전보다 많이 탄탄해졌다. “책방만 두고 비교하면 인터넷이 싸고 빠르다. 우리는 정가 다 받고 느린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 책방지기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오늘도 이음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발길은 끊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