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경제06)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동사] 등지다
1. 서로 사이가 나빠지다.
2. 등 뒤에 두다.
3. 혹은 서로 신뢰하다.
흔히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나빠지거나 신뢰가 깨지면 서로 등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등지게 되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낯빛이나 표정을 읽을 수 없으며, 그이에게 간접적으로 대화의 단절을 고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림에서 방황한다. 확신이 가지 않는 ‘나를 사랑해주기에 적절한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와의 소개팅, 이를 위해 들린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의 숙련된 솜씨, 국내산 활어만을 사용한다는 초밥집의 문구는 정말인지 가짜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일련의 성폭행사건들을 통해 남성들은 잠재적 성폭력 가능자(?)로 전락하게 되고, 여성은 이러한 늑대들 사이에서 믿을 수 있는 오빠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나아가 스탠퍼드의 졸업장을 제시하고도 일부 사람들의 불신에 힘들었던 타블로, 자식들에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한 부모님의 의심,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배신감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등 보인 사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등을 내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나의 등을 쉽사리 내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등이 간지러울 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등을 보여 가려운 곳을 긁어주게 한다. 가려운 곳을 상세하게 일러주어 상대방의 손이 나의 등 곳곳에 이르면 나의 간지러움도 해소되고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상대방의 낯빛을 보고 그의 표정을 판단하는 것처럼 어떤 기준을 가지고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그가 등을 보여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를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간지러운 곳을 찾아 긁어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통해 서로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다.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 불신의 사회에서 서로의 등을 보며 서로 믿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서로에게 내 등을 보여주자.
그리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 박진수(경제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