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이오쇼크> 속 등장인물 테넌바움의 편지

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바이오쇼크>는 에인 랜드의 사상을 비판하는 게임으로, 랜드의 낙원 아틀란티스처럼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가상의 도시 ‘랩처(Rapture)’가 등장한다. 그러나 랩처는 낙원이 아닌 지옥이 돼있다. 이 편지는 이 도시에서 홀로 제정신을 가진 테넨바움 박사가 게이머에게 호소문을 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 게임 <바이오쇼크> 속 랩처의 모습/ⓒ2K Games
당신같이 땅을 밟고 사는 지상 사람에게 랩처는 아틀란티스 같은 신화일 것입니다. 랩처의 설립자인 ‘위대한’ 앤드류 라이언을 유령으로 여길 것이고요. 그러나 그 모든 건 정말로 존재합니다. 깊은 바다 어딘가 말이에요.
처음에 라이언이 랩처를 지었을 때는 결코 이런 지옥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그는 갖은 규제가 넘치는 지상에서 뛰쳐나와 바다 밑에 도시를 세웠어요. 위대한 인간 이성이 무한한 자유를 만나 낙원이 될 것이라 믿었던 거예요. 그곳에서는 어떤 법도 없고 오직 경쟁과 자유만 있을 뿐이죠. 아니, 그랬죠. 아담이 발견되기 전까진 말이에요.
아담은 바다 민달팽이가 생성하는 물질이에요. 아담은 초능력을 주는 기적의 물질이지만 정신을 망가뜨리는 마약이었죠. 그걸 알았을 때 유통을 규제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처음에 라이언은 자유 경쟁 체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더군요.
그 ‘자유 경쟁’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 겁니다. 술, 마약, 성경이나 아담을 밀수하면서 랩처의 이름을 지상에 팔고 다니는 자가 있었어요. 그러나 라이언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를 규제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활개를 치고 다녔죠. 결국 그는 ‘위대한 사슬’에 의해 경쟁에서 밀려난 하층민들을 끌어들여 반-라이언 파를 만들어냈어요. 앞서 내가 라이언이 경쟁에서 패배한 자들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했다는 말을 했나요?
지금 랩처는 내전이 끊이질 않고 있어요. 수중 도시의 모든 시설이 망가지고 있죠. 아담 중독에 걸려 미쳐버린 사람들이 렌치나 총을 들고 도처를 배회하고 있고요. 라이언은 그 미치광이들을 조종하면서 반-라이언 파를 척살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라이언의 표어가 무색하더군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랩처의 아이들이에요. 죄 없는 불쌍한 아이들이 아담 생산에 동원되고 있어요. 라이언은 아이들을 세뇌하고, 가엾은 애들에게 랩처에 굴러다니는 시체에서 아담을 뽑아내라고 명령하고 있어요. 더구나 아담에 미친 사람들이 언제나 아이들을 노리고 있어요. 이 아이들에게는 라이언이 역겨워하던 동정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지상의 또래 아이들이 겪는 평범한 삶을 그 애들에게 주고 싶어요.
위대한 자유와 이성의 땅, 랩처는 더이상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미래가 있죠. 그래서 당신이 누구든, 이 편지를 읽는다면 제발 랩처로 와서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 테넨바움 박사/ⓒ2K G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