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 나녕공방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녕공방 대표 김난영(오른쪽)과 소담국시방 대표 김영수.
수원의 문화명소를 꼽아볼 때, 대부분은 마치 연결된 단어처럼 ‘수원 화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직은 수원에서 화성을 떠올린 다음 더 이상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단어가 없지만, 조만간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날 전망이다. 바로 ‘행궁길 공방거리’다.
화성 주변에는 명물이 많다. 화성행궁과 팔달문, 그리고 화성박물관을 비롯한 화성 관련 문화재들이 있고, 팔달문 주변에 9개의 큰 전통시장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대로에서 한 블록 떨어져 화성행궁에서 팔달문에 이르는 거리, 바로 이곳에 행궁길 공방거리라는 새로운 문화 명소가 들어섰다. 이 거리에는 21명의 공예가가 각자의 공방을 차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쇠락한 상권지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임대료가 저렴한 행궁길에 공예가들이 하나 둘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이 찾아오고 보니 길손이 너무 없어 공방을 놀리게 생겼더란다. 이에 공예가들이 힘을 합했다. 체험 부스를 열고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도 시작했다. 2010년 ‘아름다운 행궁길’이라는 이름으로 모임도 발족했다. 하나의 문화예술 구역이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의 변화를 지켜본 시에서도 이들의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공방예술가들이 터를 잡은 지 3년 차가 된 지금, 공방거리는 본격적으로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아트기와로 장식한 외벽과 공방의 특색을 나타내는 간판, 정감어린 벽화와 바닥그림들이 이곳이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은 거리라는 것을 드러낸다. 2010년 회원 7명이던 ‘아름다운 행궁길’ 소속 공예가도 현재 21명으로 늘어났다. △민속악기 △서각 △한복 △한지 △칠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방도 그만큼 많아졌다. 공방을 방문하면 공예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작품을 구경·구매할 수도 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회원들이 함께 주최하는 ‘행궁길 한마당축제’가 열린다. 공예 체험과 음식 시식, 공연 등을 즐길 수 있으며 3월부터 10월까지 열린다. 요즘은 이곳을 찾는 시민이 많아 올해부터 체험부스를 매주 토요일마다 열 예정이라고 한다. 재료비인 5000원가량을 내고 30여 분간 체험부스에서 직접 공예체험을 해볼 수 있다.
공예가들은 행궁길을 제2의 인사동으로 키우려는 꿈을 갖고 있다. 공예가들이 모여 전통이 살아있는 거리가 됐던 인사동 거리가 형성된 지는 15년. 지금은 수공예품 대신 값싼 중국산 공산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늘어서 변질됐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지대가 올라 공예가들은 점차 밀려나고 있다. ‘아름다운 행궁길’ 회원들은 공방거리가 인사동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중국산 공산품들을 판매하지 않는 등의 원칙을 세웠다. 건물주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행궁길의 건물주들은 공방거리가 들어서며 쇠락했던 거리가 활기를 찾는 과정을 지켜봤기에 공방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는 편이다.
아름다운 행궁길 부회장인 김난영 칠보공예가는 “공방거리는 우리가 직접 자발적으로 가꿔왔기에 더욱 소중하고 보람있다”며 시와 함께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지금, 해왔던 것처럼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아름다운 행궁길 초대 회장인 나무아저씨 박영환씨(서각공예가) 등과 함께 초기에 행궁길로 들어온 공예가 중 하나다.
사람들이 인사동이나 삼청동보다도 이 거리를 먼저 찾도록 키우고 싶다는 ‘패기 있는’ 공예가들의 손길이 있는 곳, 바로 행궁길 공방거리다. 하루가 다르게 문화예술이 피어나는 현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방문해보길 권한다. 인사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문화지구가 한창 자라나던 광경을 지켜본 일이 있다고, 자랑스레 말할 기회가 머지않았는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