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수 사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개학 첫날 본 '성대신문'의 머리기사는 ‘떠나간 성균인’과 ‘찾아온 성균인’이었다. 그렇다, 정말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모두 ‘성균인’이다. 지난주 강의실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귀여운 신입생들의 모습을 보며 떠올린 것도 이런 생각이었다. 같은 ‘성균인’으로서 함께 열심히 공부해보자는…….
학기 초면 으레 학교의 로고를 박은 잠바가 늘어나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그런 듯하다. ‘성균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면 참 좋은 일이다. 이런 자부심이 개개인에게 활력을 줄뿐더러 우리 학교의 사기도 북돋울 것이다. 나도 저런 잠바를 하나 사서 입고 싶기도 하다.
‘성균인’으로서의 이러한 긍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높은 수능 성적, 명문대학이란 세간의 평판 혹은 세계적 기업인 재단, 천 원짜리 지폐에도 나오는 명륜당……. 여러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 애썼던 우리 또 이곳에서 진지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 진정 자랑스럽다. 그 노력에 힘입어 사회적 활약이 눈부신 선배 ‘성균인’과 이들 덕분에 높아지는 우리 대학에 대한 선망 역시 그렇다.
사실 ‘성균인’으로서의 이 당당함은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결코 남이 줄 수 없다. 조선 시대 이래 이곳을 거쳐 갔던 많은 선인(先人)들의 풍부한 학식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그들을 빛나게 했다. 그리고 해방 이후 복잡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그 뜻을 되살려 계승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명륜과 율전 두 캠퍼스를 굳건히 지키는 심산 김창숙 선생님의 의연한 모습, 얼마나 늠름한가! 그러나 이들 또한 결국 남이다. 우리가 그들과 이어지는 긴 역사를 망각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그 속에서 오늘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개인적으로도 당장 학점이 걱정이고, 취업 또한 불안하다. 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나아가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자신을 가꾸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성균인’들이 숨 쉬는 이곳은 특별하다. 자랑스러운 오랜 역사가 우리 사고의 폭과 깊이를 키워줄 수 있다. 세계의 어느 대학에도 없는 문묘(文廟), 우리는 그 곁을 늘 지나다닌다. 옛 현인(賢人)들을 제사지내는 곳이 우리에게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계속 되새기도록 돕는 것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탕평비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우리에게 이것은 단지 역사책에 나오는 조선 후기의 유적에 그치지 않는다. “周而弗比乃君子之公心(두루 어울리며 패거리 짓지 않음이 곧 군자의 공변된 마음이고) / 比而弗周寔小人之私意(패거리를 지으며 두루 어울리지 않음은 바로 소인의 사사로운 마음이다)” 뒤로 돌아가면, “주이불비”와 “비이부주”라는 공자의 말씀에 덧붙여진 “내군자지공심”과 “식소인지사의”라는 열두 글자가 “勉來世之意(다가올 세대를 권면하려는 뜻)”라고 하였다. 이것은 우리에게 간곡히 전하는 생생한 역사의 당부이다. 이처럼 군자의 공변된 마음을 가진 이가 참된 ‘성균인’이고, 이런 ‘성균인’은 사사로운 패거리를 짓지 않기에 남들도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자랑스럽고 당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