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기진 기자 (skkujin@skkuw.com)

기적의 책꽂이 취재를 정신없이 마치고 신문사로 가는 길에 돌이켜봤다. 포이동과 의경부대. 별생각 없이 고른 두 취재장소가 오묘한 대립를 이루고 있었다. 정부의 철거에 맞서 마을을 지키려는 포이동 주민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물리적으로 하는 의경 대원. 극과 극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포이동 주민이나 의경 대원들 중 그 누구에게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정치성향이 중도여서가 아니다. 이틀간의 취재에서 만난 그들은 모두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평택의 의경 부대에 찾아간 것은 대원들이 일과를 마친 늦은 밤이었다. 서울에서 찾아온 대학생 기자를 위해 중대장님은 박카스 한 병을 손에 쥐여줬다. 지칠 텐데도 대원들은 웃는 얼굴로 성실하게 인터뷰해줬다. 대원들을 아들처럼 여기는 중대장님의 말에서 가족같이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포이동 판자촌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은 다소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학생 기자’임을 밝히자, “아, 대학생이야?” 하며 이내 의심을 거두고 웃음으로 반겨줬다. 이날 인연공부방에는 싱싱한 포도와 사과가 도착했다. 매주 한 번 과일을 보내주는 기부자 덕분이다. 철거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포이동 주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멀리서 온 도움의 손길을 받으며 견뎌내고 있었다. 의경 부대도, 포이동 주민들도 정이 넘치고 함께 하길 좋아하는, 그냥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얼마 전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이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09년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 특공대원의 희생을 낳았던 용산 참사가 경찰 지휘부의 성급한 진압 명령 때문이었음을 고발한 영화였다. 그들은 왜 죽음이라는 문으로 돌진해야 했을까. 누가 그들을 싸우게 했을까.
짧은 인생에 비춰보건대 우리는 모두 싸우고 싶지 않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건가. 우리는 다 같이 어울려 살고 싶은데, 싸우기 싫은데. 답답한 마음에 외쳐 본다. “왜 우리는 행복할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