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대담, 갈림길에 선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우리 학교는 출발도 못 해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2일 금요일, 네 개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 회원들이 대담을 위해 대학로에 모였다. 이번 대담에는 △고려대 ‘사람과 사람’의 구마 △서강대 ‘춤추는Q’의 아넬과 반야 △우리 학교 ‘퀴어홀릭’의 제이미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의 케일, 피콘, 마루 총 7명이 참여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렵다는 그들에게 △성소수자 동아리의 학내 역할 △운영상 어려움 △LGBT운동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LGBT 운동(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힘을 잃고 있다.
피콘
: 외부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요구는 줄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활동이 어디까지 가시화되느냐의 문제다. 학내에서는 변날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소통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반 학우들은 자신과는 다른 영역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 같다.
제이미: 옛날에는 성소수자들끼리 만날 공간 자체가 협소했기 때문에 인권 운동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퀴어 운동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이 아니라 다양한 친목모임의 형태로도 이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약해져 보이는 것이다. 퀴어 운동이 약해진다기보다 인권운동 이외에도 퀴어 운동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구마: LGBT 운동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운동 전반이 동력을 잃고 있다. 동아리는 20대 대학생들에 의해 굴러가는데 이들 대부분은 운동에 뜻이 없다. LGBT 운동이 힘을 잃는 것은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운동 전반이 동력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동아리가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구마
: 성소수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표성 있는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회지를 내거나 사업을 진행할 때 역시 개인이 나서는 것보다 조직이 있으면 일을 수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구마: 아웃팅 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중동이 돼야 가능하다. 개인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 자리에 조직의 이름을 쓰면 되니까.
케일: 성소수자들에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 절대 공중분해 될 일이 없는 곳에 소속돼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이게 누군가에겐 인생 최초로 느끼는 소속감과 안정감일 수 있다.
피콘: 퀴어 공간이 생긴다면 그 공간 안에서 퀴어 동아리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중동이 되면 권위가 생기고 그것을 지지기반으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성소수자들끼리 그냥 알아서 만나면 되지 왜 굳이 중동이 돼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동아리에 “왜 꼭 중동이어야만 하는데?”라고 묻는다면 다른 동아리에도 똑같이 물어야 한다. “그럼 너희는 왜 모여서 활동하느냐?”고. 또 중동 자격 요건으로 여러 사업적 성과를 요구하는데 사실 그런 것은 일반 동아리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아웃팅 위험이 있는 우리는 모임을 진행해도 사진을 남기거나 해서 증명할 방법이 없다.
구마: 성소수자들에게 친목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쉽게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동아리는 친목만으로도 충분히 동아리로서의 의미가 있다.

동방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구마: 우리 존재에 대해 얘기할 때 오픈 된 공간에서 하기 어렵다. 세미나라도 진행하려면 거점이 필요하다.
피콘: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를 도자기에 비유하면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가 초벌구이 과정이고, 동방이 가마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퀴어에게 공간은 중요한 이슈다. “왜 너는 머리를 기르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공간이다.
아넬: 우리가 사는 공간 전체가 이성애자 중심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공간으로서 꼭 필요하다.
구마: 간혹 “차별당하는 게 싫으면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기본적인 차별 없는 세상에서만 가능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들에게 불편한 사회이기 때문에 동아리방은 꼭 필요하다.

인권 운동과 친목 위주의 커뮤니티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동아리가 많다.
아넬: 동아리 규모가 커질수록 공신력도 그만큼 향상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동아리에서 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강퀴어모임 앤 서강퀴어자치연대’이라는 공식 명칭도 운동권과 친목 모임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피콘: 원래 운동을 할 때 커뮤니티에서 감지된 필요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 둘이 단절되다 보니 괴리가 발생했다. 우리도 접점을 찾고 그동안의 무거운 이름을 내려놓고자 준회원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구마: ‘사람과 사람’은 동아리 회칙상 목적에서 운동에 관한 부분을 뺐다. 이미 다수의 사람이 보수화돼 있고 학생 사회의 분위기가 운동이 아닌 환경에서 인권운동을 표명하면, 단순히 친목을 위해 들어오려는 학우들에게 거부감을 살 수도 있다.
제이미: 퀴어홀릭의 경우 비공식 모임으로 이어져 오다 중간에 침체기를 겪은 적도 있어 우선 구성원들이 모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대학 밖에서보다 대학 사회 내에서 얘기를 진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퀴어홀릭’의 경우 대표자라도 인권운동에 단체 명의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회칙에서 명시하고 있다.
피콘: 대학이라는 공간은 특권이면서 한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권운동은 공익적 목적을 갖기 때문에 대학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마: 대학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가 너무 어리다. ‘사람과 사람’은 우리 역량 안에서 활동 방향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역할이 학내로 축소됨과 동시에 대상도 학내 성소수자들로 집중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지역 공동체가 하는 역할)처럼 각 대학 공동체들이 일대일로 하는 개인적 접촉을 통해 사회적 연대망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성소수자 동아리를 잘 운영하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까.
구마
: 우선 동아리로서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성과를 내고 가시적인 사업을 하는 것 보다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조직을 오래 지속해 나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아리원들과의 개인적인 친목 역시도 가시적인 실적이 아니지만 큰 힘이 된다고 본다.
피콘: 다른 학내 단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변날의 경우 여성위원회나 힙합 동아리 등 주변 단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단체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인 것 같다.
제이미: 지나치게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아웃팅의 경우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중동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연에서 신상정보를 요구한다면 논의를 그만두라고 선배들로부터 조언이 왔다. 실제로 작년 한양대에서 명단이 유출되면서 곤란을 겪는 사건이 있었다.
아넬: 성소수자 동아리를 운영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대표자의 아웃팅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모든 연대원이 평등하지만 서면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명이 총대를 메는 상황이 생긴다. 학교가 이를 인식하고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