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 대안공간 눈. ‘대안공간’이라는 단어부터 생소한 그 곳은 어떤 곳일까. 과연 그 이름만큼 대안적인 곳일까. 의문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 나섰다.

 

▲ 대안공간 눈 1전시실 조성훈 작가의 .
대안공간 눈은 행궁길 벽화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거리로 들어서면 하늘색 바탕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 뒤쪽으로 대안공간 눈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눈에 봐도 보통 주택과는 다르다. 약간은 허름한 지붕을 얹은 깔끔한 흰 건물이 보인다.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공간. 대안공간 눈에 도착한 것이다. 약간은 조심스럽게 대안공간 눈의 하얀 대문으로 향했다. 초행자의 조심스러움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그 안으로는 작은 마당이 보이고, 전시실과 카페, 책방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대안공간에는 총 두 곳의 전시실이 있는데, 1전시실은 마당 뒤쪽으로 위치해 있다.
이곳의 전시는 여타 갤러리들과 다르다. 역량을 갖춘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무료로 전시를 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1전시실의 문을 열면 결코 좁지 않은 공간이 펼쳐진다. 1전시실에서는 조성훈 작가의 <EGO REPORT A&B>전이 전시되고 있다. 그림 속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소재는 ‘사람’이다. 조성훈 작가는 “자아에 대한 실체적인 접근을 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분자구조 모형으로 나타낸 사람의 신체 △인체가 조각으로 나뉜 그림 △청바지에 후드나 티셔츠 한 장을 걸친 젊은이 등의 일정한 소재를 다채로운 변주 속에 담아냈다. 말 그대로 그만의 ‘EGO REPORT’인 것이다.

 

▲ 각종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대안공간 내 카페.
이어지는 2전시실로 향하자 1전시실과는 다른 느낌의 전시가 펼쳐진다. 2전시실은 김유경 작가의 <나는 네게 꽃이었고 너는 내게 공기였다>전이다. 풀과 나무 혹은 돌과 바람, 그리고 꽃의 다양한 만남.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어떠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언덕 위 홀로 남겨진 나무의 그림은 쓸쓸해 보이고, 어두운 배경 속 흰 꽃과 함께 그려진 나무는 포근해 보인다. 각각의 그림에 담겨진 메시지를 읽고 전시실을 나서면, 그냥 떠나기엔 아쉬워진다. 전시실 건너편에는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카페에서는 몇 가지 음료를 판매하고, 판매 수익은 전액 대안공간 유지 및 지역 문화 예술 사업을 위해 쓰인다. 카페 안은 실제 전시가 됐던 작가들의 작품과 각종 소품을 활용해 꾸며졌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구입할 수도 있다. 안에 계시던 김정집 관장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수원에 전시 공간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부인과 함께 이곳을 열게 됐다”고 대안공간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그간 지속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들도 이어졌다. 행궁길 벽화조성은 물론이고 ‘행궁동 레지던시’, ‘노인정 프로젝트’와 같이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초행자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 대안공간 눈 2전시실 김유경 작가의 <나는 네게 꽃이었고 너는 내게 공기였다>.
직접 책자를 넘기며 설명해주시는 김 관장과의 대화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어느새 12시에 문을 연 대안공간 눈의 마감 시각인 7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대화를 마무리하고 길을 나섰다. 어느새 길거리는 그곳의 하얀 대문과 대비를 이룰 만큼 어둑해져 있었다. 대안공간 눈에서 경험한 신진작가들의 전시와 아늑한 카페, 그리고 김 관장님과의 만남. 그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은 지친 일상 속 하나의 대안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대안공간에서 우리는 새로운 눈을 뜬다.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육감과 같은 제 3의 눈, 바로 새로운 문화를 보는 눈이다. 수원의 대안공간 눈은 말 그대로 당신의 대안이자 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