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naver.com)

도대체 뭘 수습(修習)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부편집장은 나에게 수습일기를 쓰라고 재촉하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뭘 수습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땐 삶이 어떻게 채워지고 있었는지 감지 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지탱하고 있었다. 오히려 2월 동안의 수습기간 동안 나는 신문사 일을 수습(修習)했다기보다 신문사를 통해 내 짧은 삶을 수습(收拾)했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무기력이 엄습해오는 시기였다. 아주 오랫동안 상상하던 그림 속에 실제로 들어간 적이 있다. 아쉽게도 그림은 찢어졌다. 무기력한 언어들이 섣불리 다른 어떤 것을 망칠까봐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트레이너들에게는 어이가 없겠지만, 트레이닝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문건을 써오고, 소리 내어 읽는 과제였다. 이유 없이 나는 신문사 옆방, 그 작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좋았다. 옹기종기 모여서 어떠한 명분을 두고 소소한 토론을 나누는 그 과정이 좋았다. 일부러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말할 거리가 생기는 곳이었다. 신문사는 이야기의 장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좋다. 굴뚝에선 연기가 나고, 불을 때서 따뜻하다. 입사의 이유는 그게 다이다. 그래서 월급 많이 준다는 대외활동을 등지고 신문사에 왔다. (사실 그들은 재빠르게 나를 낚아챘다. 명함과 컴퓨터는 신속하게 제작되었다. )

몇 개 읽어본 수습일기에서 넘쳐흐르는 패기와 신문사에 대한 열정이 내게는 없다. 안타깝게도. 이미 입사하기 전에 그런 감정은 어디선가 분쇄된 듯하다. 다행히 이 공간이 좋아지고 있다. 이번 신문이 예쁘게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이 많아서 좋다. 1539호를 첫 면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처음으로 재미있다고 느꼈다. 글 안에 15명의 얼굴이 모두 녹아있다. 내 글도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이 정도면 앞으로도 수습의 가능성이 있다. 그게 어떠한 수습인지 아직 모호하지만, 두 쪽 다 나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