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욱(경제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학교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웹툰 ‘오늘의 낭만부’를 보면 주인공 ‘최혁집’이 학교 교정을 둘러보면서 ‘젊은이들에게 낭만이 없다’며 안타까움에 탄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작 12학번인 나조차도 교정을 걸어 다니다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전공이면 전공대로, 교양이면 교양대로 수업과 학점에 치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연어 떼들의 아련한 군상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동시에 그 형상은 현재 내 모습과도 오버랩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읽어보면 저자들이 하나같이 정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음은 일생에 한 번뿐이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한 순간이고 그렇기 때문에 방 안에 틀어박혀서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학점과 취업 걱정만 해선 안 되는 대신 연애도 해봐야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동아리도 들어야 하고, 취미도 만들어야 하고, 다이어리도 써야 하고 여행도 다녀봐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수많은 경험을 통해 휘황찬란한 젊음을 보내야만 진정으로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생긴다.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맞다. 경험을 해봐야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알 수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영화에서나 보던 핑크빛 청춘을 위한 배경이 될 수는 없다. 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위에서 언급했던 일들을 어설프게나마 다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그것들을 경험하고 나서 얻은 건 대개 현실이 주는 씁쓸함과 세상사는 요령이었지, 영화에서나 보던 화사한 낭만은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느끼게 된 건 우리가 영화 속에서의 ‘낭만’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는 낭만 따윈 없다는 절망적인 결론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는 영화에서의 낭만이 있듯, 현실에서도 현실에서의 낭만이 있다. 나는 그 낭만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핑크빛이면 핑크빛대로, 시궁창 같으면 시궁창대로 사람들은 경험이란 걸 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치이고 부딪치고 더럽혀지면서 현실에서의 씁쓸함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계획해나간다. 지금 이 순간 또한 그런 경험의 연속인 셈이고 그 경험 중 그 어떤 것도 감히 헛되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 치 앞날이 막막한 20대의 순간들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되겠나. 어차피 다들 자기 자신의 인생에 누구보다도 신중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드백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들의 결정, 그들의 노력이 이루어낸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행동조차도 의미 있는 것이다.

▲ 김남욱(경제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