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프랑스어문학과 학우들이 제35회 원어 연극 <안드로마케>를 선보였다./김신애 기자 zooly24@

“고백하세요, 공주님. 사랑의 불꽃은 마음속에 가둬둘 수 없는 겁니다. 모든 것이 드러나죠. 목소리에도, 침묵에도, 두 눈에도. 잘못 꺼진 불꽃은 더 강하게 타오르는 법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남자. 그러나 사랑의 불꽃에 휘말린 여자는 자신의 열망을 증오로 키워나가고, 그들의 운명은 점차 파멸로 치닫게 되는데…. 
 엇갈린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17세기 프랑스의 고전 비극이 우리 학교 프랑스어문학과(학과장 이지순 교수, 이하 프문) 학우들에 의해 재현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경영관 지하 소극장에서 제35회 프문 원어 연극 <안드로마케>가 무대에 올랐다. 1963년 첫 상연을 시작해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프문 원어 연극은 프문 △교수 △동문 △학우가 하나 되는 과 내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아왔다. 해당 연극은 햇수가 지나면서 연극으로서의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문화원과 프랑스대사관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대사관에서 지원을 받는 국내 대학 연극은 우리 학교 프문 원어 연극이 유일하다.
이번 연극은 배우부터 스텝까지 80여 명의 프문, 가프문 학우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 지난 학기 종강일인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당장 연습에 돌입해 100일가량 ‘합숙 아닌 합숙’을 하며 연극을 준비해왔다. 원어 연극이기 때문에 프랑스어 대사를 알려주고 이를 한글로 풀어 해석하는 이중의 작업을 거쳐야 하는 등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연출을 맡은 권기훈(프문09) 학우는 “처음엔 원어로 강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며 “특히나 고전인 탓에 운문에 담긴 시적 허용과 대사가 내포하고 있는 신화적 의미 등을 함께 알려줘야 해서 준비기간이 길어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준비 과정의 어려움만큼이나 얻은 것도 컸다. 헤르미오네 역을 맡은 이고운(프문12) 학우는 “프랑스어를 좋아해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며 “겨울 방학을 반납해야 했지만, 연극의 바탕이 되는 신화 공부도 하면서 더욱 프랑스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상영된 <안드로마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주의 작가 장 라신이 1667년 발표한 작품이다. 그리스 희랍 신화 속 트로이 전쟁 이후를 다룬 해당 작품은 “궁정 사교계 여성들의 취향에 맞춰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 점이 특징”이라고 강희석 프문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연극에서도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안드로마케 △자신이 죽인 적장의 아내인 안드로마케를 사랑하게 된 퓌르로스 △퓌르로스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번져 그를 증오하게 된 헤르미오네 △헤르미오네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퓌르로스를 존경하는 오레스테스의 복합적인 감정이 배우들에 의해 격정적으로 표출됐다. 연극을 관람한 이온누리(프문11) 학우는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자신이 사랑하는 헤르미오네의 죽음에 오열하던 오레스테스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