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창작물이 현실처럼 그럴듯하게 보여야 한다고들 말한다. 진짜 일어날법한,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환상’적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특히 시대극과 함께 공상과학 영화들은 ‘과학’이 붙었다는 이유로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 영화 <스타워즈> 속 초공간 여행에선 시청자를 향해 별이 쏟아진다./ⓒUniversity of Leicester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류의 호기심 덕분에 근 30년간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걔 중에도 가장 유명한 영화를 꼽을 때 <스타워즈>는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
<스타워즈>의 유명한 장면 중에는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이 초공간에 진입하는 모습이 있다. 그때 창 너머 우주의 별들이 극중 인물과 시청자를 향해 긴 레이저빔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영국 라이스터 대학의 천체물리학과의 학생들이 이 장면은 잘못됐다는 글을 발표했다. 이들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밀레니엄 팔콘의 창 밖에 실제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를 제시했다.

별빛이 사라진 자리에 우주배경복사가
그렇다면 도플러 효과란 무엇일까? 그 이름이기도 한 도플러가 1842년에 발견한 이 효과는, *파원에서 만들어진 실제 진동수와 관찰자가 바라보는 진동수는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효과에 따라 파원과 관찰자가 멀어질수록 파원에서 발생한 진동수보다 관측된 진동수가 더 작아진다. 그 반대일 땐 진동수가 더 커진다. 도플러 효과는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멀리서 내게로 오고 있는 지하철의 소리는 크게, 멀어지고 있는 지하철 소리가 작게 들리는 현상이 그 예다.
빛도 파동의 속성이 있어 도플러 효과가 적용된다. 빛이 나오는 지점인 광원과 관찰자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면 원래 빛의 진동수보다 진동수가 더 큰 빛으로, 멀어질 땐 원래보다 더 작은 진동수의 빛이 관측된다. 밀레니엄 팔콘은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초공간에 진입한다. 동시에 팔콘의 탑승자들은 광원인 별빛에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따라서 우리 관측자들에게는 별빛의 진동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빛의 진동수가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더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보통 우리 시야에 들어

▲ 라이스터 대학의 학생들이 제시한 탑승자들이 볼 실제 모습./ⓒUniversity of Leicester
오는 빛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색, 즉 가시광선 영역이다. 그런데 문제의 그 장면에서는, 별빛의 진동수가 커지다 못해 엑스선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탑승객들은 별빛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탑승자들의 눈앞에 정말 텅 빈 우주만 있는 건 아니다. 우주에는 ‘우주배경복사’라는 전자기파가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우주배경복사는 너무 진동수가 작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플러 효과에 따라 관측된 진동수가 가시광선 영역으로 넘어올 만큼 커진다. 그래서 밀레니엄 팔콘의 도망자들이 볼 광경은 쏟아지는 수많은 별빛이 아니라, 우주배경복사의 뿌연 빛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영화보다는 덜 낭만적인 그림이다.

과학의 대중화
영화 장면을 검증하는 일이 어제오늘만 있었던 건 아니다. <쥐라기공원>에서의 호박 속 모기에게서 피를 뽑아 공룡을 부활시키는 장면이나 <타이타닉>에 나온 하늘의 별자리가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한 것은 이미 유명하다. 상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지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너무 ‘진지 먹는 자’들로 치부하지는 말자. 어렵고 낯설게만 보이는 과학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손짓이니 말이다.

*파원=파동이 처음 만들어진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