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본 적 있는가? 포트폴리오는 딱딱한 형식의 자기소개서와는 다르다. 포트폴리오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다시 말하면 포트폴리오는 현대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가장 창의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다. 이런 포트폴리오와 예술가들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종로구 안국동의 사비나 미술관에서 <Artist's Portfolio : 포트폴리오 이렇게 만든다>전이 열리고 있다. 누구보다도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는 사비나 미술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흐릿한 페인트로 칠해진 벽면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앞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그 뒤 벽면에는 약간은 묘한, 알 수 없는 모양의 회색 빛깔로 그려진 형체. 유현미 작가의 <미술관 지킴이>다. 하지만 제목의 ‘미술관 지킴이’는 그려지지 않았다. 미술관 지킴이가 그림 속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실제 미술관 지킴이가 등장한다. 덩그러니 놓인 의자는 미술관 지킴이를 위한 것이다. 직원이 의자에 앉으면 비로소 작가가 의도한 그림이 완성된다. 조각, 회화부터 영상과 사진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작가의 자유분방함을 눈치챌 수 있는 특별한 포트폴리오다.

▲ 30년간의 작업과정을 표현한 김종구 작가의 포트폴리오.

전시장 다른 편으로 이동하자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작은 그림들이 보인다. 김종구 작가의 포트폴리오다. 김종구 작가는 쇳가루를 이용해 영상, 조각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는 자신이 30년간 작업해 온 결과물과 과정이 담긴 사진들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전시했다. 쇳가루는 쇠를 갈면 나오는 가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쇳가루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변화시킨다. 그의 작업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쇳가루라는 약간은 딱딱한 소재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 진달래, 박우혁 작가가 자신들의 예술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배치한 텍스트, 그리드, 신문.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본다. 지하 1층엔 △뮌 △슬기와 민 △원성원 △진달래&박우혁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벽면에 텍스트를 새기거나 미니어처 작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2층은 노석미, 강홍구 작가의 전시다. 강홍구 작가는 도시와 주변 환경을 주제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심을 둬왔다. 사진을 찍은 후 나무에 녹색을 칠하거나, 그릇의 색을 덧입히거나 하는 방식으로 생기를 불어넣어 사진을 새로운 그림으로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런 과정 중 발생한 실수들을 담았다. 나무에 초록색을 덧입히다 실수로 물감이 흘러내려 망한 작품, 그리고 옆면에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리는 텍스트. 웃음이 나온다. 그가 실수한 작품들을 둘러보며 궁금해진다. 그의 진짜 작품은 어떠할까? 그의 ‘실수하지 않은 작품’들의 포트폴리오는 다른 편에 마련돼 있어 감상할 수 있다. 
▲ 다양한 형태로 만든 북 포트폴리오.

2층 전시장에는 색다른 공간이 있다. 바로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공간이다. 이 곳에는 포트폴리오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바인더 형식의 포트폴리오부터 시작해 영상, PDF 등 다양한 형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감상할 수 있다.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KKHH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강지윤, 장근희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주제로 삼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아카이브 한쪽 공간에 그들의 영상이 마련돼 있고, 헤드셋을 끼면 그들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강홍구 작가가 자신의 실패작과 함께 짧은 코멘트를 전시회 벽에 적어놓았다.

한편 사비나 미술관은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매주 간단한 식사와 전시설명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주말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대학생, 일반인, 신진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좌도 예정돼 있다. 전문 강사진을 초빙해 포트폴리오 제작과 프레젠테이션 강연을 할 예정이다. 정원은 선착순 40명이고, 홈페이지에 첨부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사비나 미술관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강연을 통해 ‘진짜’ 당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