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 대표적 대안생리대인 면생리대./ ⓒ피자매연대 홈페이지
‘깨끗함이 달라요!’ 우리 귀에 무척 익숙한 이 문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 광고 문구다. 하지만 광고에서 강조하는 ‘깨끗함’의 이면에는 여성의 월경이 더럽고 감춰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 대부분이 월경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고, 월경을 남몰래 처리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경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일회용 생리대가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이 있다.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는 1차 세계대전 도중 여성 간호사들을 위해 고안됐다. 이는 애초 일회용 생리대가 일하는 여성들의 월경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 중심의 산업 구조는 생리대 제작에서 여성의 몸 혹은 월경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순히 편리함만을 고려했다.
대안생리대 운동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안생리대 운동은 기존의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 사용을 제안한다. 일회용 생리대 탓에 생리대는 생활에 지장을 주는 월경을 ‘처리’하기 위한 상품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러나 월경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며 생리대는 속옷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다. 누구나 속옷을 빠는 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생리대를 빨아 쓰는 것도 당연한 일과에 해당한다. 국내 최초로 2003년부터 대안생리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운동단체인 피자매연대의 관계자는 “대안생리대는 월경이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오히려 즐겁고 당당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대안생리대 운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을 지양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생리대를 순백색으로 만들기 위해 표백과정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화학물질이 여성의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과 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질 내부에 들어갈 위험이 있어 여성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화학물질의 부재는 건강뿐 아니라 부수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흔히 생리할 때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두고 생리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생리혈 흡수를 위해 첨가되는 고분자흡수체라는 화학물질이 피와 섞여 냄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폴리에틸렌 필름막이 통풍을 차단하면서 냄새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와 달리 면생리대는 순면으로 만들어져 어떤 화학물질도 함유하지 않고, 통풍도 잘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의 몸에 좋지 않은데도 여성들이 사용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특성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산업사회 구조상 생리대의 소비자인 여성에 대한 배려 없이 획일적인 모양과 크기의 일회용 생리대만 제작됐다. 대안생리대는 이에 맞서 DIY(Do It Yourself) 성격을 띠고 있다. 대안생리대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몸의 특성에 따라 모양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피자매연대 관계자는 “한마디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월경 용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생리대는 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벌목해야 한다. 이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숲의 파괴에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한번 쓰고 버리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쓰레기 배출량으로 토양과 강이 오염되기도 한다. 그러나 면생리대는 세탁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문제의 소지가 없다.
지금은 면생리대가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것을 제안하는 ‘대안’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안이 아니라 당연한 변화다. 대안생리대가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