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 신치용(행정74) 동문

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 신치용(행정74) 동문이 한결같이 정상을 지켜온 원동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팀워크가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죠"

17번의 대회 출전, 17번의 결승 진출, 그리고 15번의 우승. 국내 남자 프로배구 절대강자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성적이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28일 15번째 우승을 달성하면서 프로배구 V리그 6연패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매년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삼성화재 배구단의 중심에는 18년째 감독직을 수행 중인 신치용(행정74) 동문이 있다.
신 동문은 국내 배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배구 V리그 통산 7회 우승 △한국배구슈퍼리그 8연패 등 감독으로서 굵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이렇듯 현직 배구 감독으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는 점은 낯설 수밖에 없다. 배구특기생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는 애초 졸업 후에 선수 생활을 오래 할 계획이 없었다. 프로리그가 없었던 당시에 배구선수들은 실업팀에 들어가 수년간 선수 생활을 한 뒤, 회사의 평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역시도 기업에서 일할 생각에 1학년을 마치고 행정학과로 전과를 했다.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분야였기에 전과 후 애를 먹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졸업 학점을 따낼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졸업한 신 동문은 1980년 한국전력 배구단에 들어갔다. 그는 선수 생활을 일찍 접고 평직원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심경에 변화를 준 사건이 벌어졌다. 1983년 11월 현 프로배구 V리그의 전신인 한국배구슈퍼리그가 생긴 것이다. 그는 한두 해 더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고(故) 양인택 당시 한국전력 감독은 그에게 코치직을 강력히 권유했다. “감독님께서 절 코치로 선택하시면서 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거죠.” 얼떨결에 시작한 한국전력에서의 코치 생활은 그 뒤로 12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1995년 창단된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러브콜을 받고 초대 감독으로 부임, 첫 시즌부터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팀의 성공 비결로 팀워크를 꼽는다. 최고의 전술은 팀워크이며, 팀워크는 끊임없는 준비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엄격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자세를 주문한다. 지난 시즌 위력적인 공격력을 뽐낸 용병 레오와 충돌한 일화를 통해 그만의 지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레오가 입단 초 훈련 중 코트를 몇 바퀴 뛰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신 동문이 다가가자 레오는 그제야 종아리가 아프다고 둘러댔다. 그는 레오에게 “네 맘대로 하는 건 기본이 아니다”며 팀을 떠나라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레오는 백기를 들고 다시 훈련에 임했다.
신 동문은 후배들에게 항상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직하게, 열심히 하는 게 정도다. 시합 중 난관에 부딪히면 편법을 쓰지 말고 가장 많이 연습한 전술, 잘하는 전술로 정면승부 해야 한다.”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그는 앞으로 2년 뒤 감독으로서의 20년 경력을 채우게 된다. 그는 그 후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배구 행정 혹은 유소년 지도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감독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있다는 그. 코트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는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