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과캠 만남 - 김병완(제어계측93) 동문

기자명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 지난 1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병완(제어계측93) 동문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가슴 설레는 곳에 최고의 삶이 있죠"

3년간 9,000권의 책을 읽고, 1년 만에 30권이 넘는 책을 쓴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작가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책 읽는 방법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잘나가는 기업의 스타연구원에서 다작가(多作家)로, 그리고 미래학자로의 변신을 꿈꾸는 그는 바로 우리 학교 제어계측과 93학번 김병완 동문이다. 김 동문은 우리 학교를 졸업한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이후 11년간 핸드폰을 연구·개발했다. 당시 SGH-600이라는 ‘대박폰’을 개발해 성과급을 받을 정도로 유망한 연구원이었던 그였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른 직장 생활에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직위가 높아질수록 제 일보다는 남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더군요.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 더 이상 ‘가슴 떨릴만한’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이후 그는 회사 밖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회사를 나와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부산 시립도서관을 지나쳐가는데, 책이 마치 저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책 속에서 제가 원하는 일을 찾을 거 란걸 직관적으로 알았죠.” 이후 그는 매일 도서관에 나가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3년 동안 그는 하루에 15시간을 독서에만 몰두해 장르 구분 없이 9,000권의 책을 읽었다. 아무런 직업도 가지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책을 읽는 순간의 즐거움 때문에 현실의 생활고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지금을 인내하는 그런 책 읽기가 아니었어요. 책 읽는 것이 그냥 너무 좋았거든요.”
그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었다. 그는 딸에게 공부법을 가르쳐주다가 마땅한 교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자신이 직접 공부법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이 돼 출판사에 보내게 됐다. 첫 출판 이후 그는 1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지난해 한 해 동안 30권이 넘는 책을 쓰는 다작가로 출판계에 데뷔하게 된다. 자신의 책은 출판을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결과물이라는 김 동문. 이 때문에 그는 스스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득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런 생각이 들면 목차부터 단숨에 완성해 버리고, 그 이후엔 일필휘지로 책 한 권을 써내려가죠.” 이렇듯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쓰는 김 동문이지만 책의 내용도 알차다. 그의 엄청난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48분 기적의 독서법'은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자기계발서 6위에 올랐으며, 올해 출판된 ?박근혜의 인생?은 중국에서도 번역돼 출간되기도 했다.
전도유망한 연구원에서 성공적인 작가로 변신한 그의 지금 목표는 미래학자다. “뉴스에서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소가 설립됐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미래’라는 단어에 설레 3일간 밤잠을 설쳤어요. 마치 처음 책을 만났을 때와 같은 직관적인 끌림이었죠.” 그는 지난 9일 글로벌 지식공유 컨퍼런스 ‘TEDx대전’에서 신인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인류학자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끊임없이 도전해온 그가 후배들에게 해줄 말은 무엇일까. “돈과 명예를 좇지 말고 진정 가슴 설레는 일을 찾으세요. 그러면 분명히 기적이 일어날 거예요. 최고의 삶이 당신 앞에 펼쳐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