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지난 9일 4.19 달리기 행사에 참여한 학우들이 금잔디에 모여 앉아있다./김신애 기자 zooly@
“대학생, 2013년의 봄을 4·19혁명을 기억하며 맞이하자.”
4·19혁명 정신을 계승하고 대학생들이 마주한 사회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4·19 기념 달리기(이하 4·19달리기) 행사가 지난 9일 진행됐다.
오전 10시. 금잔디 광장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잔디 광장에서 출발해 국립4.19민주묘지를 거쳐 우리 학교 창립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지까지 이어지는 4·19달리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강한 바람에 학생자치단위별로 내건 깃발이 세차게 휘날렸고, 깃발 아래로 △김귀정 생활도서관 △동아리 '청춘의 지성' △문과대 △사범대 △사과대 △유학대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 등에 소속된 총 150여 명의 학우들이 집결했다.
4·19혁명의 역사적 의의와 그 날 행사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학생대표자들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김용섭(러문08) 러시아어문학과 학생회장은 “대내적으로는 과마다 친목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학생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건전하게 이야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대표자들의 대학생 4·19달리기 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민족 성대 진군가와 함께 장장 10km에 달하는 여정의 닻이 올랐다.
힘차게 시작된 행렬은 거리의 시민들과 호흡하며 나아갔다. 차량 통제를 맡은 경찰들을 사이에 두고 도로 한 쪽으로 달리면서도, 학생들은 4·19혁명의 의의와 한국 사회 대학생들의 현실을 알리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며 시민들과 만났다. 혜화동 성당을 지날 때 종탑 위에서 농성 중인 학습지 해고 노동자에게 연대의 함성을 보냈고, 재개발 중인 미아 뉴타운을 지날 때는 재개발로 인한 강제 철거의 부당함을 함께 외쳤다. 걷는 내내 확성기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4·19달리기의 의미를 알리는 발언도 계속했다. 사회과학대 정치경제학회 학회장 이선기(사복12) 학우는 “혁명 정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렇게 함께 걷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외쳤다.
2시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점차 굵어졌다. 국립4.19민주묘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50분경. 펼쳤던 깃발을 내리고, 비를 막아줄 모자도 벗은 채로 학생들은 광장에 마련된 재단 앞에 엄숙하게 늘어섰다. 4·19혁명을 기리는 단체묵념과 대표자 헌화를 마친 뒤에는 단위별로 흩어져 열사 묘역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가 서서히 잦아 들 때쯤, 모든 학우들이 다시 모여 그날 행사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험하고 고달픈 여정이었지만 “뜻깊은 행사였고, 내년에도 오고 싶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윽고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를 향한 행렬이 다시 시작됐다. 추운 날씨와 긴 여정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험준한 산길을 거쳐야 했음에도 대부분의 학우가 무사히 참배를 마치고 귀가할 수 있었다.
한편 올해 행사는 기존과 달리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지원 없이 진행됐다. 김민석(경제06) 인사캠 총학생회장은 “한국대학생연합에서 주최한 행사기 때문에 취지가 어떻든 총학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정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이상 학내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규정(철학11) 문과대 학생회장은 “행사 주체의 색깔이 들어간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넓게 보면 4·19달리기는 정치적인 행사가 맞지만, 총학이 말하는 좁은 의미의 정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대학생들이 사회에 외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